마흔-872 자매 싸움은 칼로 물배기

엄마의 비책

by Noname

동생이랑 아무리 사이가 좋아도 분명 좋지 않을 때도 있다.

지난 주말 아침, 몇달째 혼자 집안일을 하는 상황이 오니 나도 불만이 생기기 시작해서

동생에게 조심 반, 장난 반으로 말을 했다.


'토리짱은 혹시 앞으로도 청소를 하지 않을 생각이닝?'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동생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냅둬. 내가 할게.'


심장이 철렁한 나는 배신감에 휩싸여 '내 동생이지만 정말 사가지가 없다.'며

서둘러 운동갈 채비를 해서 동생에게 인사도 안 하고 나왔다.


그러고는 엄마에게 전활 걸었다. 정말 이런 일로 엄마한테 전화를 한 건 처음이었다.

그러니까 정확히는 동생 뒷담을 하려고 말이다.


'엄마, 쟤 내 동생이지만 나 이제 같이 못살겠어. 지금 몇달째 청소도 안하고, 본인 혼자 밥 먹은거 까지 내가 다 치워주고 있다고, 나도 일하는데 너무 한거 아냐. 엄마 이건 진짜 사기 결혼이라니까.'


엄마는 그래도 네 동생인데 어쩌겠니. 그냥 데리고 같이 살아야지.

라고 하셨다.


바로 몇십분 후에 운동하고 있는 내게, '이거 상아 가질래?'하고 톡이 왔고, '그럴까'하고는 다시 히히덕 거렸다.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 싸운 적이 없어서, 우리에게 있어 싸움이란

인사 안 하기, 밥 같이 안 먹기이다.


오늘 오랜만에 동생이랑 운동을 하면서 서로 훈수를 두자

'냅둬. 내가 할게'라고는 '어머 진짜 사가지 없어.'하면서 둘이 주거니 받거니 장난을 첬다.


사실, 이렇게 서로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으면

그 다음날부터는 그 문장이 개그 소재가 된다.


그러고는 한참을 웃는다.


그러고보니 어제 동생은 내 두 둔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집을 깨끗이 치워놨었다.

같이 운동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야. 그래도 그날은 정말 너무했어. 너가 그렇게 말해서 진짜 너무 어이없고, 무서워서 호다닥 짐싸서 운동 나왔잖아.'라고 말을 했었다.


오늘도 운동을 하면서 '근데 사실 나 엄마한테 너 뒷담화했다. 그랬더니 엄마가 어쩌겠어, 니 동생인데 그러려니하고 데리구 살아.'라고 했다고 말을 했다.

알고보니 동생은 내가 이해가 되지 않거나, 서운할 때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했었나보다.

본인에게는 엄마가 '니 언니인데 어쩌겠어. 잘 데리구 살아.'라고 했단다.


엄마의 레파토리 현명하시다.


어쩌겠어. 가족인데, 사랑하는데

그래도 동생이 마음 먹으면 청소를 반짝반짝하게 잘 한다.

(마음 먹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근데 어제 청소를 했는데 오늘은 왜 또 날벌레가 생긴걸까. 동생아.ㅋㅋㅋ

네 친구들 또 많이 놀러왔네 ㅋㅋㅋ


'토리짱, 나 사기 결혼 당했잖아. 토리짱이 이게 깨끗해 졌다고 다시 같이 살자더니 말야!!'


'상아야 그러니까 잘 알아보고 했어야지~~~~'


으이그. 어쩌겠어 내가 잘 알아봤어야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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