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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826 비가 오는 날 감정의 소용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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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ame

주말이 짧기만 한 직장인들의 월요일

그 마음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하늘은 공감능력은 뛰어나도, 현실성은 없는 건지


월요일 출근길은 유독 사람이 많은데, 비까지 겹치니 진이 다 빠졌다.

화요일인 오늘은 무심하게 나를 보고도 지나치신 버스기사님의 작은 권력 앞에

마을버스로 이동하는 데에만 30분을 소모하는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도착한 마을버스의 내 작은 발 하나 들여놓을 틈을 밟고 버티며 다음 정류장까지 가는 길

온갖 감정들이 헝클어져 비 내리는 차창 밖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저, 회사 근처 민영주차장에 월주차를 신청해 다닐 경우의 견적과 시간 대비 효용성과

본사와 파견 근무지를 오갈 경우, 그리고 갑작스러운 약속이 생겼을 경우의 수에 대한 계산만이 가득했다.


언제부터 나는 이렇게 현실적이 되었을까

자전거를 타면 여유롭고, 감성적이 되지만

만원 버스를 타면 생계형 프로 계산러가 된다.


기존 1시간 10분 걸리던 거리를 장작 1시간 40분에 걸쳐 도착하니

이미 지쳤다.


엉뚱하게도 내가 좋아서 이 동네에 사는데

올라오는 온갖 잡념과 열등감이 어이가 없었다.


직장인은 출근 자체가 이미 노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임원급 분들이 회사차를 타고, 개인의 공간을 보장받으며 스트레스 없이 출근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그들의 시급이 높기 때문에도 그렇겠지만

그들의 체력이나 정신력이 온전히 집중할 곳이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과 책임에 있기 때문이겠지.


현 거주지에 동생이 네일숍을 열지 않았다면

아마 당장 회사 근처로 이사 가겠지만

어쨌든 나의 출근길은 이틀 연속 험난했다.


훠이, 그런 생각들은 나의 지금 이 순간을 언짢게 만들 뿐이라고


무한 루프 돌듯 반복되는 생각의 고리를 끊고,


한 발짝 떨어져 보니

비 오는 날 즐겨 듣던 음악, 좋아하는 빗소리, 물기를 한껏 머금은 풍경이 다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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