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소중해서
한때 멀티태스킹을 잘해야 직장에서 인정받는다는 말이 있었다.
흔히 사람들이 혼동하는 멀티태스킹과 작업전환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다중작업(multitaking) : 다수의 작업(혹은 프로세스, 이하 태스크)이 중앙 처리 장치(이하 CPU)와 같은 공용자원을 나누어 사용하는 것(출처 : 위키백과)
작업전환/문맥 교환(文脈交換, context switch) : 하나의 프로세스가 CPU를 사용 중인 상태에서 다른 프로세스가 CPU를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이전의 프로세스의 상태(문맥)를 보관하고 새로운 프로세스의 상태를 적재하는 작업(출처 : 위키백과)
그러니까 다중작업은 TV를 보면서, 전화통화를 하면서, 청소를 하는 걸 말한다. 흔히 말하는 멀티태스킹이다. 공용자원인 뇌를 비롯한 기관을 여러 작업에 동시에 할당해서 처리한다.
CPU 처리방식 중 파이프라인 기법을 발전시킨 슈퍼스칼라 기법은 각 기관별 뇌의 중추를 나누어 쓴다는 개념에서 멀티태스킹 처리를 가능하게 하는 주요 기법일 수 있으려나.
그러니까 뇌와 기관을 분할해서 생각하면 멀티태스킹이 좋지 않을 이유는 없다.
가령 친구와 대화를 하면서 카톡을 보내는 상황
하지만 여러 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은 1:1로 대화를 하는 중에서 10개의 문장 중 단 몇개의 문장만을 기억한다고 한다.
중요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집중도와 주의력이 분산된 상태에서 다른 일을 처리하는 거다.
반면에 작업전환은 TV를 보다가, 전화가 오면 TV를 끄고 전화에 집중하는 걸 말한다.
초창기 아이폰이 작업전환 형식이었다. 그래서 앱을 하나 사용하다가 다른 앱을 띄우면 이전에 사용하던 앱이 종료되거나, 데이터가 소실되어 불편함을 초래했었고, 멀티태스킹을 지원하던 삼성폰에 비교하여 소비자의 불만이 높아져 결국 애플도 멀티태스킹을 지원하게 되었다.
온전히 집중하는 것, 지금 현재의 나 자신, 내 앞의 어떤 사람, 어떤 상황, 영상에 집중하기 위해서
'멈춤'이 필요하지 않을까
내가 연락을 잘 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현 상황에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서이다.
가령 카톡을 할때는 카톡 대화에 집중한다.
사람을 만날 땐, 그 사람에게 집중한다. 불가피하게 카톡을 보내거나 다른 걸 해야할 땐 양해를 구한다.
상대방이 소중하니까. 함께 하는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싶으니까.
다른 모든걸 멈춘다.
사실은 멈추지 않아도 멈춤이 되어버리는 탓도 있지만
전화가 오면 전화에 집중한다. 이전에 하던건 까마득하게 잊어버린 채
청소를 할때는 청소만 한다. 비록 온갖 상념이 나를 집어 삼킬지라도
청소를 하다가 전화가 오면? 그 상태 그대로 두고, 전화에 집중한다.
그러니 큰 덩어리로 나뉘어 있는 시간표가 존재한다.
일전에 매일 엄마에게 전화를 할때는 전화를 하는 시간을 정해두고 전화를 했었다.
사실 친구에게 연락을 할때도 마찬가지다. 이 친구는 30분 정도 통화하니까 이 정도 시간에 친구도 시간이 되는지를 확인하고, 전화를 한다.
약속을 잡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와 전화를 자주 하지 않는다. 일주일에 한번도
윌라 오디오북을 듣다가 카톡이 오면 오디오북을 정지 시킨다.
어차피 카톡을 하는 동안 흘러나온 대목은 듣지 않는 것과 같으니까
널 너무나 사랑해서 난 티비를 껐어 - 리쌍 -
스몰토크는 중요도도 우선순위도 낮출 수 있는데
내게는 그런 것도 소중하네.
우리의 사소한 대화도 기적이라는 걸 아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