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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789 같은 공간과 시간에서의 농도

시간은 의미가 없는게 맞을 지도 모른다

by Noname

2015년~2016년 6월까지 커머스 기업에서 프리랜서 서비스기획자로 일했었다


당시 새로운 기술들을 많이 도입하고, 계열사 이벤트부터 앱웹까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참 재미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중간 중간 무료한 적도 있었지만 그럴때마다 큰 규모의 프로모션이 진행되었으니 좋은 기억이 더 많다


그때 정규직 개발자로 계셨던 분을 만났다


기획을 하고 싶으시다고 했고, 계기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열심히 이직을 준비했던 이야기부터 운동도 열심히 하셨었다


SNS의 순기능이라면 이런거 같다

거의 6년 동안 보자는 댓글 두어번만 주고 받고는 매번 만나진 못했다


이번에 결혼하신다기에 모바일청접장을 보내주십사 댓글을 달았는데, 시간을 내어주셨다


처음으로 청첩장을 주신다고, 영광스러운 첫 청첩장 수령자가 되었다


타인에게 어떤 인상을 어떤 농도로 강렬하게 남기는가


이런저런 당차고 멋진 그녀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지만

언젠가 철야 후, 택시를 타고 집에 갔다 온 나에게 심야철야 택시비를 본인이 처리를 해준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


프리랜서다 보니 굳이 번거롭게 그러지 않아도 되긴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게 또 굳이 그렇게까지 챙겨주는 사람에 대한 고마움은 그 모든 기억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힘을 갖는다


분명 일을 하면서 여러가지 온갖 일들이 있었에도

그 따뜻한 기억 하나가 모든걸 상쇄시켜주니


딱히 티타임을 가질 기회도, 점심을 먹을 기회도, 회식을 할 기회도 없었다


아마 거의 그런 일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밥을 먹었던 기획팀 기획자 분들보다 내적 친밀감은 몇천배인걸 보면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함께하는 사람 간의 농도, 혹은 관계의 밀도는 마음에 상대방의 마음에 가 닿는 어떤것에 의해 결정되는 것 간다



그냥 쉽게 단한번이라고 진심으로 상대를 위해 마음을 써 주는, 그러나 나의 입장에선 별거 아닌 경우


사심없이 아무 바람 없이 무심한 마음씀 하나가 얼마마 귀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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