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권
21살, 아르바이트를 한 돈으로 친한 친구와 태국으로 여행을 갔다.
친구와 나, 둘다 해외여행은 처음이었으니 두려움에 우리는 패키지 여행을 가게 되었다.
여행사 깃발을 중심으로 모이니,
연세가 있으신 커플 몇과 여자분들, 우리와 같은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자분들 2명
그리고 우리가 있었다.
여행사에서 다 처리를 해주니 고민할 거라곤 어떤 패키지를 갈 것인지, 스노우쿨링을 할 것인지와 같은 것들 밖엔 신경 쓸게 없었다. 편했다.
반대급부로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관광객 전용 라텍스 매장과 호랑이 크림 등을 파는 곳에 가서 설명을 들어야했다. 그리고 메뉴, 태국의 삼겹살이 정말 맛이 없었던 것만 기억이 났다.
여행이 끝나고, 같은 동네에 사는 우리는 당시 살던 동네인 상계역에 내리자마자 김치찌개를 사먹고 왔다.
친구는 매우 내성적이었지만 우리 둘은 둘만의 세계에서는 세상 제일 가는 까불이였기 때문에 우리 또래의 여자분들에게 말을 걸어볼 생각을 아주 잠깐 했지만 행동으로 옮기진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조용히 까불며 패키지 여행의 틀 내에서 우리 나름대로 즐겁게 잘 보냈다.
그때, 여행사 가이드 분께서 우리에게 자유여행으로 오면 같은 돈으로 한달을 여기서 보낼 수 있고, 태국 내에는 더 맛있는 음식점이 많고, 재미있는 곳들이 많다고 귀뜸을 해주셨었다.
그래서 다른 친구와의 다음 여행이었던 일본은 자유여행으로 갔었더랬다.
며칠전 문득, 인생도 패키지 여행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은 방향도 방법도 늘 찾아 헤매였는데, 지금의 삶은 큰틀만 정하면 그 뒤로는 정해진 틀 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내면 되는 삶 말이다.
그 안에서 즐거움을 찾고, 웃음 거리를 찾고, 서로 의지하고 믿고, 업무 능력을 기르고, 배우는 건 각자의 몫이겠지만...
내가 잊어버리고 있던 내 삶의 자유여행 루트를 다시 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