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
전통 옹기를 만드는 집안의 막내 아들이었던 아빠는
내가 어린 시절 시골에서 200만원~300만원을 받는 월급쟁이였고,
그마저도 겨울에는 가마를 땔 수 없기 때문에 일을 하지 못하셨다.
그러니 글이라던가 미술이라던가 고고학같은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그런 것들과 관련된 직업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런 나에게 컴퓨터는 구원이었다.
컴퓨터와 관련된건 뭐든지 다 배우고 싶었다.
그당시 독학으로 공부했던 몇몇 자격증은 실기를 가르쳐줄 분이 전무했었다.
그 당시 처음 생긴 자격증이고, 관련 툴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이제야 안 것이지만 서울에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런 탓에 누군가가 필요로 한다면 무엇이든 가르쳐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갈망이 있다.
그게 어린 시절 나의 한인듯 하다.
어쩌면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관한 답이 거기에 있겠지.
작년인가 유투브를 통해서 문의를 해오신 분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어떻게 저렇게 자기 계발에 진심일 수 있을지 궁금하고 부럽다는 이야기
나의 추진력과 꾸준함의 비결은
결핍이다.
그리고 그 결핍을 그 누군가에게는 겪지 않게 하고 싶은 마음
요즘엔 운동에 빠져버려 더디 가고 있지만
사실 내겐 자기계발도 노는 것의 일부, 혹은 자기만족의 일부로 즐기고 있기도 하다.
헬스가 왜 재미있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자기계발이 왜 재미있는지 어떤 충만감을 주는지 모를 수도 있다.
그런 정신적 만족과 현실적 결핍의 조화가 운동도 자기계발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