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완성
요즘 다시 식단을 하고 있다
작년 요맘때 아니 지금까지 살아온 삶 중에서 먹는 것을 매우 좋아하던 시기가 있었고, 먹는 것을 매우 싫어하던 시기가 있었다
대체적으로 나는 먹는 것에 의미를 크게 두지 않았다
그런 반면 누군가와 식사를 해야한다면 좋아하는 분들과만 식사를 했다
먹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먹는걸 같이 한다는건 시간을 나누는 행위이므로 아이러니 하게도 큰 의미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자주 하는 말은 “일주일동안 먹지 않아도 되는 캡슐이 있었으면 좋겠다.”였다
작년에는 굳이 회사사람들과 밥을 먹진 않았다
그 시간을 차곡차곡 모아 보물처럼 썼다
먹기 위해 준비를 하고, 같이 뭔가를 먹고, 그 뒤처리를 한다는 것과
포만감과 식곤증을 감수하는것이 내겐 너무도 큰 일이었다
작년 11월 중순부터 헬스를 시작하면서 오히려 식단을 하는게 편했다
식단을 이유로 약속을 덜 잡았고, 먹는데에 들어가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월에 동생과 함께 살면서 먹는 행위에 변화가 생겼다
사랑하는 동생이 식단이 맛이 없다며 투정을 부리고, 배달음식을 같이 나눠먹으며 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찾았다
집에 돌아와 오늘 도착한 오이와 구운 달걀을 먹으며
문득 먹는 걸 거부한다는건 육신을 갖고 태어난 삶 자체를 부정하기 위한 반항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로 먹는 걸 귀찮아하고, 거부하고 싶어질 때면 내 삶도 어느 바닥에 고여 말라가고 있었다
마치 삶을 지탱하는 하나의 물방울마져 증발시켜 버리려는 듯
그런 시절엔 내 육신도 영혼도 바짝 바짝 말라버렸었다
삶이 기쁨과 감사함으로 가득했을땐, 음식을 입에 넣기 전부터 음식의 원재료가 태어난 그 땅의 힘과 하늘과 햇님과 물, 바람 그리고 직간접적으로 엮인 사람들의 노고에 감동을 받으며 소중하게 느껴졌었다
이제는 그 모든 감동과 소중함이 나의 육신에 양식이 되고, 안식이 되고, 평화가 되고 비로소 삶을 완성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하여 살아 숨쉬는 모든 순간이 만들어지고, 나의 육신이 만들어지고, 나의 정신과 영혼이 만들어진다
먹는다는 것은 삶의 경이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