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흔-781 상담5회기 생각해볼게요

무례함 혹은 과한 요구에 대응하는 법

by Noname

상담을 가기 전까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에 대해 문득 문득 올라오는 미움을 별거 아닌 일로 외면하고 버렸다

그저 그런 걸로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는게 감정을 외면하는 나의 자기합리화였다


감정을 외면하면 커다란 실체가 된다


마치 눈에 보이지도 않던 작은 먼지들이 뭉치고, 뭉쳐 커다란 먼지 덩어리가 되듯


우리사와 나오키 선생님의 만화 “몬스터”가 생각났다


나를 봐, 나를 봐,
내 안의 괴물이 이렇게 커졌어


내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패턴이 있다


이상적인 성품과 능력을 가진 아빠로 투영되는 존재와

사랑 받기 위해 애쓰지만 아빠 외의 모든 사람들에게 적대적인 엄마로 투영되는 존재


그리고, 나에게 질투를 느끼면서도 은연중에 관심을 강요하는 비슷한 또래의 여자



이번에도 그런 구도가 발현됐다


어디를 가나 그런 사람들은 있다

선생님의 처방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라 였다

그들의 성격적 결함이지, 내가 거기서 내 탓인가 할 이유가 없다는 거다


더이상 어린아이가 아니고,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성인이었다


“잠깐만요, 생각해볼게요.”라는 말을 해 본건 내게 있어 중대한 결정, 회사 제안이라던가 하는 문제가 아닌 이상 일상에서 해본 적이 없는 말이었다


엄마도 그랬고, 이모도 그랬고


나는 그분들에게 나란 존재 자체에 대한 죄의식이 있었으며, 그들의 말에는 대항하지 못하고 복종했다.


특히나 이모의 경우엔 내가 얹혀사는 입장이었고, 그녀가 나의 어린 시절 보내준 사랑에 보답을 해야만 할 것 같이 느꼈다


그러니 그녀의 한마디에 나의 모든 계획은 사라졌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하자는 대로 무조건 따랐다



불평 한마디 해본 적이 없다


그런 무조건적인 복종에 “나의 생각”이 허용될리가 없었다


그녀는 우리 아버지의 장례식 이후, 우리와 연을 끊었다


나는 그녀에게 감사하면서도 굳이 그녀와의 재회를 원하지 않고 있다. 감정을 풀어내는 명상을 할때에도 그녀에 관한 감정은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인식할 수 있는 그녀로 인한 습관은 그녀에게 사랑을 얻기 위해 생긴 ‘강박증’뿐이었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휩쓸리며 본인 스스로에게서 원인을 찾아내다 안 되면 존재 자체에 수치심을 느끼던 어린 아이가, 이제는 다 자라서 자신을 멋대로 휘두르려는 사람들에게 문득문득 떠오르는 미움에 두 손을 내 저으며 스스로에게 “아직 사람이 덜 됐구나.”라며 탓을 했던 거다



그 사람들이 옳든 틀리든 그런건 아무 상관이 없다. 틀리다고 해서 내가 불편함을 표현해도 되는것도 아니고, 맞다고 해서 무조건 복종해야하는 것도 아니었다.


내 감정을 느껴보라고 하셨다

내가 불편하다면 그건 아닌거다


작가의 이전글마흔-782 일의 만족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