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 위로
20대 초 어느날,
슬리퍼를 신고, 매일 보기만 했던 불암산에 올랐다.
시골에서 자란 나를 산과 들과 바람과 벌레와 새들, 그 모든 자연을 사랑했다.
대학교에 가기 위해 서울에 올라온 나는
대학교 초반 동기들과의 어울림, 이후에는 게임에 빠져 한동안 자연과는 멀리 살았었다.
그리고, 그날 산에 올랐다.
어린 시절엔 산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올라갔다 내려올 걸, 왜 올라간담?'이런 생각이 있었다.
자연을 좋아했어도, 체력이 약한던 어린 마음에 그저 힘들고 번거롭게 여겨졌었나보다.
그리고, 그날 알았다.
수많은 생각들이 한 발, 한 발 내딛을때마다 하나씩 하나씩 사라져갔다.
깊게 뿌리내리고, 이 산에 머물러 있을 나무들과 바위들
작은 개미 한마리와 바람 앞에서
숙연해졌다. 감사함을 느꼈다.
나는 이로써 살아있을 수 있구나.
가슴 벅찬 감동에 그 후로 홀로 산을 다녔다.
그당시 20대 내 또래의 친구들은 산을 가는 친구들이 많지 않았다.
그 덕분에 산에서는 오롯이 나의 영혼과 그 오래된 영혼들이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박노해 시인님의 명상록 중 이런 말이 있다.
"힘이 들면 내려오니라."
그리고 산은 내게 말했다.
힘들고 아플 땐
이리 올라오니라.
그리고 그 아픈 짐들을 내려노니라.
산행을 갈때마다 올라오는 이 감동과 뭉클함, 경이와 찬탄.
감사와 기쁨은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감정 중 독보적인 감정이 아닐까
안전히 산행할 수 있도록 품어주신 명성산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