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덤해서
한 반에 13명이었던 시골의 작은 초등학교를 다녔다.
유치원부터 해서 7년 동안 1-3명의 변동은 있었다해도, 그 작은 커뮤니티가 종종 답답했다.
8명뿐이던 여학생들은 서로 돌아가며 한명씩 무리에서 제외시키곤 했다.
나는 주로 제외된 친구에게 가서 같이 밥을 먹는 역할을 했고,
그게 못마땅해서인지 같은 학급의 친척 동갑내기 친구는 나 역시도 종종 무리에서 제외를 시키곤 했다.
어떤 날은 둘도 없는 사이였다가, 어떤 날은 철천지 원수처럼 대하니
친구란 참 알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늘 그 동갑내기에게 친구들이 우리가 친척인데다 너무 가까워서 질투를 해서 이간질을 하니까, 우리 사이에 오해가 없게 잘 지내자고 편지도 쓰고, 말도 해보고 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중학교에 올라가니 그래도 한 반에 40명 정도가 있었다. 비록 3반이었지만 7년을 봐왔던 13명의 친구들이 각각의 반으로 떨어진 것이 어찌나 후련하던지.
중학생일 때에도 나는 두루두루 여러 친구들과 어울려다녔다.
물론, 나는 이 그룹에 속해있어!라고 정해놓진 않았다.
그때그때, 어울리던 그룹에서 이간질과 시기질투가 발생하면 홀라당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곤 했다.
박쥐같이 굴었다고 할까. 그냥 그 시기만 지나면 또 사이좋게 지낼 걸 아니까, 그래도 가끔 중재를 하긴 했었다.
그러던 중에 친해진 친구들이 이번주에 만난 친구들이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컴퓨터학원에 다녔었는데, 그때 남학생들과 더 친하게 지냈다.
올해 결혼식에서 만난 다른 동창에게 '상아랑 친해지기 쉽지 않은데, 너 어떻게 상아랑 친하게 지냈냐'하면서 15년만에 진심을 이야기했다. 종종 성별이 남성인 친구들에게 듣는 이야기이다. 내가 무섭다나.
본인이 친해질 수 있었던건 컴퓨터학원과 2학년 때 같은 반이 되어 스타크래프트 이야기를 한 덕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워낙 여기저기 잘 챙기고, 다정한 친구라서 동창들 소식통이다.
그렇게 남학생들과 더 어울려 놀던 때에 같은 반에 장율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만화책을 정말 좋아해서, 매일 몇십권씩 만화책을 빌려보고 만화 그림을 그리는 친구였다.
우연찮게 짝궁이 되면서 나는 이 친구에게 빠져 함께 만화책을 보고, 그림을 그리고 놀았다.
그 친구들은 내가 보기엔 늘 덤덤하고, 안정적이었다.
누구를 헐뜯거나 시기질투를 하지도 않고, 나의 감정 기복에도 그러려니 하고는 와서 얼굴을 들이밀고 싱긋 웃어주거나, 그냥 툭 한마디 던지는 친구들이었다.
우리의 관심사는 그당시 만화책 주인공인 '재겸이'였을까.
아직도 그때 친구가 그려준 '재겸이'그림이 내 보물상자에 있다.
우리는 매일 매 수업시간마다 만화책을 봤고, 방과후엔 만화책방에 가느라 바빴다.
중학교 3학년 땐, 담임선생님이 우리 둘을 보고 그럴거면 방과후 자율학습을 하지말라고 하셔서
우리 둘은 이때다 하고 신이 나서 청소시간이 끝나자마자 가방을 메고 교실을 나왔다.
그때 담임선생님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정말 무서운 선생님이셨는데
우린 정말 개의치 않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굳이 먼저 물어보지 않는 친구들이다.
그 덕에 좋지 않은 일이 있어도 그런 건 다 잊고, 즐거울 수 있어 좋다.
장율이라는 친구는 올해 3월에 결혼을 했고, 부산으로 내려가 신혼집을 차려 내려가게 된 것이다.
친구의 남편분을 다른 친구들은 몇번 봤다고 하는데, 나는 결혼식 이후 처음이었다.
친구보다 네살이 어린 친구의 남편분은 성격이 정말 좋으셨다.
회를 먹다가 성격이야기가 나왔다고, 자연스럽게 처음으로 MBTI이야기를 하게 됐다.
둘리라는 친구는 ISFP, 친구의 남편분도 ISFP
째깽이는 질문이 너무 많아서 끝까지 다 못했다고 하는데 우리가 추정하기엔 ISTJ다.
그리고 장율은 ISFJ라나
그래 너희들이 어쩐지 그렇더라.
단순하고, 즐겁고, 무슨 일이 있어도 툭 털고 끝내는 그 담백함이 너무 사랑스러운 친구들이다.
나도 친구들을 본 받아 좀더 단순하게, 현재를 즐기며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