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함
갑자기 단톡방이 생겼다.
결혼을 하는 아는 동생이 친한 사람들을 모아 만든 단톡방이다.
한 달 반 후에 청첩장 모임을 하겠다는 통보였다.
무례하게 느껴졌다.
대체로 이런 경우, 내가 아는 다정하고 사려 깊은 사람들은 자신이 꼭 참석하길 바라는 사람에게 개인적인 연락을 취해서 일정을 확인하고, 양해를 구한 다음 단톡방에 초대를 한다.
그런데 다짜고짜 만들어진, 3년 이상 얼굴을 보지 않은 사람들이 가득한 단톡방이라니
하지만 내가 뭐라고 할 순 없었다. 그건 그 동생의 방식이고, 그 동생의 세계에서는 통용되는 방식인지 모르니 존중해주는 수 밖에
하지만 나의 세계에서는 굳이 받아줄 이유가 없는 방식이었다. 시간이 됐다면 아마 나갔을 거다.
생각보다 나는 너무 물렁하니까.
하지만 모임날짜는 내게 이미 선약이 있는 날짜였다.
적어도 2-3개월 전에 약속을 정하는 나로서는 선약을 취소할 순 없었다.
그 동생으로부터 결혼식 날짜를 확인하고, 달력에 표하고, 청첩장 모임에 가지 못하기에 불필요한 채팅방을 유지할 필요는 없어서 축하의 인사와 모임에는 참석이 불가하니 톡방을 나오겠다는 톡을 보내고 나왔다.
다른 친구가 무슨 일이 있느냐며 톡을 보내왔다.
사람들에게서 너무 거리를 두는 게 아니냐고,
어쩌면 내가 대단한 잘못을 한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자 이런 방어적으로 대답했다.
"나는 거리를 두는 게 아니라 나를 지키는 거야."
좋은 날에 함께하고 싶었다면 내가 힘들었던 날들에도 함께 했었어야 하는 거라고.
내가 힘들었던 날들에 최소한의 관심도 보이지 않았던 친구가 자신의 좋은 일을 축하해 달라고 일방적으로 저지른 무례를 내가 신경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 친구는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오해를 하고, 감정이 상한 게 걱정이라고 했다.
아니, 다들 마흔이 다 되어가는 나이인데 그 정도 예의도 지키지 않고, 감정이 상하는 걸 내가 그 사람의 감정까지 다독여줘야 하는 걸까
자신에게서 일어난 감정은 자신의 책임이고,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고 하지 않나.
그 동생과의 관계는 이미 멀었다.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할까
인생에 친한 친구 한 명만 있으면 된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그렇게 신경 써야 하는 정말 친한 친구들이 족히 20명은 된다.
늘 자기 멋대로 행동해서 다른 사람들 감정을 상하게 했던 그 동생의 제멋대로인 행동에 내가 언제까지 응해줘야 하는 걸까 싶었다.
사람들은 타인을 대할 때, 그래도 되는 사람과 그러면 안 되는 사람으로 구분하는 것 같다.
예전엔 그래도 됐겠지만, 미안하게도 지금은 그러면 안 되는 사람인 걸
당신의 행복한 시간을 위해 타인의 시간을 할애하길 바라는 것처럼
나의 소중한 삶을 지켜내기 위해 나 역시 나의 시간과 관심을 그런 식으로 무례하게 요구하는 사람에게 할애할 순 없을 뿐이다.
그저 허허 좋다며 성인군자 노릇을 하는 좋은 언니는 죽었다.
글쎄, 내가 속이 좁다면 좁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럼 뭐 어때, 더 이상 억지로 남에게 맞추고 살기엔 남은 인생이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