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604 굳이?

그러니까 굳이?

by Noname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속으로 하는 말이다.


굳이?


지금 상태로도 이미 충분한데 굳이?


굳이 그걸 해야하나?

굳이 그걸 사야하나?

굳이 그 사람을 만나야하나?

굳이 거기에 대답을 해줘야하나?


굳이?


실용주의 학파이신 정약용 선생님께서 장난끼를 조금 첨가해 환생하신다면

좋아하는 말이 되질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하면 핀트가 어긋나는 말에 '굳이'내가 대꾸를 해야하는지에 관한 의문이 생겼었다.


말의 목적과 뜻을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내뱉는 침과 같은 말을 내가 굳이 상대해야하나


상대방의 조급함은 표정이나 말투, 행동거지가 보이지 않더라도, 그런 몇자의 말과 선택한 언어에서 보인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주는 경우도 있지만,

잘 모르는 사람이 부담스럽게 달려드는 건 솔직히 무섭다.


내가 상대하는 사람, 내가 주고 받는 대화, 내가 생각하는 생각, 나의 몸짓 하나하나


굳이?를 생각해서 하기로 했다.


지금 '에너지 절약 모드'라서요.


뭘 경험하고, 뭘 보고, 뭘 배우고, 어떻게 살았는지

이제는 서 있는 모습만 봐도 보이는 나이다.

하물며 글은 어떨까

그래서 나는 일부러 글을 쓴다.


나의 무식함과 옹졸함과 부족함을 모두 드러내어놓지 않으면 나는 떳떳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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