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571 이해할 순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by Noname

서운했다.


타인이 나를 이해할 수는 없다는 걸 알지만, 이해해보려 노력이라도 하는 척 해줬다면


내가 가장 소름끼치게 느끼는게 바로 그런거다.


사랑한다고 하면서,

자신이 주고 싶은 무언가를 받아주길 바라면서

나라는 사람 자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는 거.


그저 내가 자신들의 사랑을 받아야하는 애완동물처럼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좋을 때, 내던져준 애정의 조각을 허겁지겁 집어먹길 바라는 거


묻지 않았으니 대답하지 않았고,

그들 나름의 신세 한탄이 있었기에 굳이 내 이야기까진 꺼내지 않았다.


어쩌면 나 역시 애완동물이 된 것처럼 그들의 애정과 따뜻함에 기대어있었기에

다른걸 더 바라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을 많이 밀어내고 있다.

이건 마치 세네갈에서와 같다.


서로 어울리고, 몰려다니고, 술을 마시고, 이런저런 가십거리를 이야기하느라 바쁠때,

나는 그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그들과 어울리지 않은 걸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들이 놀때, 나는 하루 6-9시간 강의를 했고, 프랑스어 공부를 했으며

책을 읽고, 사색했다.


그건 어린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삼삼오오 몰려다니며 놀때, 나는 혼자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사색을 했다.


사람보다는 자연이 더 좋았다.


가난한 시골 우리집 내방에는 거미가 살았다.

종종 쥐며느리도 있었다. 그들이 내겐 친구였다.


내가 자꾸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하는 건 그런 경험에서 기인했으리라.


등대지기가 아니라면 가까운 사람들과 최대한 먼 곳으로 떠나고 싶은 욕구

그저 종종 나누는 몇마디의 따뜻한 말이면 나는 충분하다.


그 이상의 가까움은 고통을 수반한다.


누구도 타인에게 100%이해받을 수 없다는 걸 안다.


그들 역시 그들이 배운 사랑의 방법으로 나를 사랑하고 있을 뿐이라는 걸 내가 이해해야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버겁고, 지친다.

이제는 모두가 행복하길 바랄뿐


우리가 지금까지 지구에서 나눈 사랑의 기억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도망치고 싶다.



“우리가 양을 바란다면, 그건 우리가 존재한다는 증거이다.”


양의 상징적 의미, 존재의 증거

양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상과 목적과 사랑과 배려이다.

그것만이 우리가 존재하고 있고, 정녕 인간으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


좀비처럼 매일을 돌아다니는 정신나간 육체말고, 살아있는 인간


살아있는 인간으로 살고 싶다.


누군가 내게 “너는 왜 그렇게 사니?좀 편하게 살아, 생각하지 말고 살아”라고 한번만 더 말한다면 나는 그 사람 앞에서 어떤 극단적 조치를 취할 생각이다.


나와 같은 부류에겐 그런 말은 죽어버리라는 말과 같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도 나와 다른 부류의 사람들을 이해할 순 없지만 존중한다.

어쩌면 그냥 입을 다물고, 아무것도 그 어떤 것도 내보이지 않는 편이 현명한 처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도 아무말도 하지 마라. 말을 하기 시작하면 사람이 그리워지니까“

호밀밭의 파수꾼, 말을 할수록 공허해지고, 이해받을 수 없다는 뼈속깊은 허무함과 배신감이 몰려온다. 그리하여 말을 할 수록 더 깊은 외로움과 공허를 느끼게 된다. 그게 내가 사람을 만나지 않는 이유이다.


사색과 이상과 꿈과 열정이 없이 살아갈 수 없게 태어난 인간이 이해받기란 어렵다는 걸 안다.


그리고 그들은 수도 없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 평가절하되고, 돌연변이 취급을 받게 마련이지.

이제야 알겠다.


어린왕자를 이 나이에도 놓지 못하는 이유. “갈매기의 꿈”, “어린왕자“를 읽었던 어린이는 결코 그냥 살 수는 없는 어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그렇게 말할 줄은 몰랐다.

상심이 너무 큰가보다.

하지만 어른이 된 사람들이란 으레 그러하니 조용히 입을 다물고,

전과 같이 그저 아무말 없이 있으면 된다.


그리고 그들이 던져주는 사랑에 기쁜 표정으로 웃어보이면 된다.


그게 관계를 유지하는 내 최선의 방법이다.


나 역시 그러하듯 사람들은 말이 많아 근심을 떠안기는 존재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그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야말로 그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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