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560 날 좋아하지 않는 이유를 알겠네.

그럴만 하다.

by Noname

어제는 점심 약속이 있었다.


차장님과 대리님과의 약속이었는데, 차장님께서 같이 드시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말을 아무리 많이 나누었더라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친해지지 않으면 같이 밥 먹는 걸 지극히 꺼리는 편이라서 일단은 대리님의 의중을 여쭤보았다.


다음에 셋이 먹자고 할 줄 알았는데, 타인을 어려워하지 않는 편이신건지 어쩌다 둘이 먹게 되었다.


운동이야기로 모든 시간을 채우려는 작전이 있었는데, 실패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런데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는 남자의 입장에서 몸이 좋은 여성분을 보면, 여자분들은 대체로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을 원할 거 같아서 ... ' 뭐 이런 식의 이야기였다.


그냥 거기서부터 혼자 생각이 많아진 것도 같다.

주변은 시끄러웠고, 셋이었다면 분명 나는 다른 생각을 할 틈을 벌었을텐데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이 사람이 앞에 있어서 힘에 부쳤다.



묘하게, 차가운 쇳덩이의 촉감이 느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퇴근 후에 집으로 숨어들어서 공부를 조금 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무중력 상태의 순간을 사랑한다.


내 육신이 그저 고깃덩어리일뿐이라는 자각이 왔다.

그리고 내가 고깃덩어리로 변하는 건 한 순간 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누웠다.


축 늘어뜨린 채, 잠이 들었다.


주로 전날 느낀 쇳덩이의 질감이 무엇인지는 다음날 아침에 깨닫게 된다.



"그렇구나. 신체조건 상 작고, 여려보여 다가왔다가

좋게 말하면 멋지고, 다르게 말하면 독하고, 억척스러운 내가 싫었구나."


좋을리가 없을 것 같다.

쇠심줄 같이, 잡초같이,

무엇 때문인지 모르게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열등감이 들게 했거나,

보기에 소름끼쳤을 수도 있겠구나.


친구들도 내가 그렇게 보였을까. 그랬다면 슬플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을 찾으려고 하나보다.

그래서 아무리 먼 사이라도

그냥 손이 닿을 수 있다는 착각이 들 수도 있을 정도의 거리감이 있는

나와 비슷한 누군가를 통해 심적 위안을 느껴야 더 살 수 있을 것 같다.


유투브가 있어서 다행이고, 코로나가 터져서 다행이고, 그덕에 MBTI가 유행해서 다행이다.


이 회사에 오기 전에 나의 위안은 유투브에서 나와 같은 MBTI에 관한 영상을 보는 거였다.

진짜로.


세상에 새벽에 일어나 운동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내 주변에는 몇 없다는게 뭐가 잘 못된 건지 생각해볼 때가 있다.


역시 미운오리새끼


아직 내 수준이 애매해서 이렇게 애매하게 있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소속감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는 건

유아기 가족 관계에서 기인하겠지만,

나의 성향에 비해 내 능력이 부족해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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