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501 무섭지 않아?

나도 무서웠던 때가 있었지

by Noname

선생님은 눈썹을 찌뿌리고, 염려스러운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검사 결과가 나오면...아닐 수도 있고"


"아네, 알겠습니다."


건강검진은 4월에 했고, 결과도 이미 나와서 추가 검진을 받으라고 했었다.


건강검진을 받은 곳에서 전화가 여러번 왔었고,

3개월이 지나도록 그냥 있다가 또다시 카톡 알림이 왔기에 병원에 다녀왔다.



2013년도에 아프리카로 봉사활동을 가기위해 건강검진 정밀 검사를 받은 적이 있다.

추가 검진을 받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지옥같은 감정을 견뎌내야 했다.



그땐 무서웠었다. 봉사활동을 갈 수 없을까봐. 행여 내가 잘못돼서 죽기라도 할까봐.


그땐 아빠가 살아계셨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만약 이게 별일이라면 어떨까?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면 눈물이 나지만, 그건 그들이 혹시라도 마음이 아플거 같아 내 마음까지 아픈거고.



나 자신을 두고 보자면 오히려 희열이 느껴진다.

기쁨. 기다려온 순간이 올 수도 있는 걸까.


일전 전쟁관련 재난문자 오발송 때에도,

최근 이틀 연속 발생했던 화재경보 오작동 때에도,


태연하게 하던 운동을 마쳤고,

침대에 누워 불에 타는게 아플까, 철근에 깔리는게 아플까, 연기에 질식사하는게 아플까


혹시 그 고통을 견뎌내지 못해서 죽을 기회를 잃는건 아닐까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살아있음에 감사를 느끼고 있다.

죽음에 대해서 더이상 크게 갈구하진 않는다.


하지만 인생을 어느 정도 만족스럽게 살아낸 사람에겐 크나큰 성취가 없다하더라도

아쉬울 것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들과는 매우 조심스럽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여 왔으나,

마음이 아픈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세상이치가 그러하듯 누군가 하나가 없다고 해서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다.


그런걸 받아들이고, 이제는 모든게 익숙하게 다가오는 시기이다.


그렇게 젊은 나이도 아니고, 하고 싶은건 그래도 충분히 했다.


절대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는건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니, 역시 차라리 혼자인 편이 홀가분하다.


역시 그렇다.

오늘 PT 예약이 되어있었는데, 쉬기로 했다.


운동을 이틀이나 못하다니, 속상하네. 그래도 쉬어야지.



별일이든 아니든 괜찮다. 어떤 경우도


별일이라면 실험해 보고 싶은게 하나 있다. 재밌을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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