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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455 자연스러운 숨결

있는듯 없는듯

by Noname

살아가면서

타인의 숨결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날들이 얼마나 될까.


얼마의 숨결을 가까이에서 느껴 볼 수 있을까.


새근새근 잠이 든 우유 비린내가 담긴 달콤한 아기의 숨결과

신나게 놀다 지쳐 짠내가 풍겨오는 아이의 숨결과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지쳐서 깜박 골아떨어진 아빠의 숨결과

노쇠하여 가쁜듯 몰아쉬는 할머니의 숨결과


나의 숨결은 어떤 모양새로 어떤 온도로 느껴질까


서로의 숨을 의식할 수 없을 만큼 닮아있는

그 어떤 숨결을 만나게 되면


어쩌면 너무 자연스러워 우리의 숨결이 같다는 것 조차 느끼지 못하겠지.


그렇게 서로의 공기가 되고, 온도가 되고, 삶이 되어서 서로에게 녹아들게 되겠지.


그러다가 어느날,

당황스럽게도 그 숨결이 어긋날 때, 완벽한 타인이라는 걸 받아들이고

조금은 슬퍼하고, 조금은 외로워하다가

조금씩 잦아든 균열이 어렴풋이 맞춰지면

서로에게 타인으로서 존재하는 서로를 사랑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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