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뜬 장님이다.
어린 시절에 심리학 공부를 하고 싶었다.
나 자신에 대한 이해가 너무도 절실했다.
나 자신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하니 타인에 대해서도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이해를 필요로 하지 않고, 그저 마음으로 느끼는 걸까
언젠가 친구의 딸이 나를 그려준 그림을 보고, 동생에게
"내 머리카락 검정색인데 노란색으로 칠했다."
화려한 색색의 옷은 그렇다치고, 머리카락도 노란색이라 내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동생이 그림을 보고 말했다.
"유하가 상아 엄청 좋아하네. 예쁜 색은 다 가져다가 칠한거네."
"그걸 어떻게 알아?"
"딱 보면 아는거지."
생각이 많은듯 하면서도 단순한 구석이 있다.
그런데 어느 면에서는 타인에게서 뚝뚝 묻어나오는 따뜻함과 다정함을 전혀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말로 직접 표현을 해줘도 잘 모르는 경우도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그저 매너와 같은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그렇다고 눈에 보이는 다정함까지 못 보는 눈뜬 장님이었을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