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고등학생 일때, 어떤 친구에게 너무나도 불안하고, 무서웠던 나머지
너무나도 가볍게 장난을 섞어 진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친구는, 화를 냈고, 영영 나와는 가까이 하지 않겠다고 했다.
처음 사귄 마음 속 이야기를 한 친구였다.
충격이 컸었다.
나의 경솔함에 치가 떨렸다.
수습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 친구의 마음을 깨뜨렸다.
그리고 내 마음도 같이 깨졌다.
그 친구는 모대학에 갔고,
내 성적도 그 학교에 갈 성적이 되었지만
그 친구가 접수를 했다는 말을 듣고, 차마 나는 원서접수 조차 할 수 없었다.
사실은 누군가의 가벼운 장난이 얼마나 진중한 마음에서 우러 나온 것인지
그 마음 헤아려보곤 한다.
깃털처럼 가벼워 보이는 어떤 행동이나 말은
천근보다도 무거운 불안과 두려움을 상징한다.
20대의 어느날,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친구와 만나 길을 걷다가
외길에서 그 친구를 마주쳤다.
다른 친구는 그 친구를 반가이 불러세웠고,
그 친구는
눈길 둘 곳없이 흔들리는 동공을 그대로 내보인채 급히 사라졌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누군가가 호들갑을 떨고 경솔하게 굴면, 한번 다시 본다.
'당신도 참 무섭고, 불안한 사람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