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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402 형벌과 창조

그래야한다

by Noname

나와 같은 사람에겐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형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노인들의 말년이 고독하고, 사랑하는 이들을 잃는 일 밖엔 특별한 이벤트가 없듯이


내게 남은 이벤트는 상실과 슬픔과 고독이다.

지금은 과도기이다. 폭풍 전야랄까.

아마 일찍 죽고자 하는건 이 형벌을 피하려는 탐욕일 것이다.


그런데 좀 너무 하지 않나, 이미 많은 형벌을 받아 오고 견뎌온 것 같은데.


어쩌면 편안한 노후가 될지도 모르겠다.

고통은 충분하지 않나.


“고마해라, 마이 묵따.“


더 좋을 일은 애써 만들어 내야한다.

기대할 일은 없지만 있는 힘을 짜내 삶의 목표와 성취거리들을 만든다.

사실은 이루어지지 않아도, 이루어낸다고 해도 중요한 일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하루를 살아낸다.


행군을 할때는 앞사람의 발뒤꿈치를 보는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멀리 보면 갈 수 없는 거다.


그저 한발 한발 내딛다 보면 도착하게 된다고

그래서 나는 하루 하루를 내딛는다.


오늘 아침은 유독 눈이 떠짐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가기 위해 들어올린 내 몸이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었다.



충분하지 않느냐고? 그 정도면 괜찮지 않냐고?

누구든 타인의 신발을 신고 1km를 걷기전엔 함부로 이야기 하지 말라는 인디언 속담이 있다.


그리고 이건 호르몬의 농간임을 잘 알고 있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미리 비관할 필요가 뭐가 있겠나.


호르몬의 농간에 놀아나 주는 거다.


충분히 비관하고, 절망하고, 우울감을 느끼고

그러면 또 다시 낙관하고, 기대하고, 기뻐하며

삶의 파도에 몸을 맡기는 거지.


괜찮다. 울고 싶은 마음이지만 괜찮다.

어쩌면 오늘은 집에 가서 명상을 하며

이 감정을 눈물로 창조해낼 지 모른다.


그래야한다.


생명체로써 육체를 가진 자로써

창조해낼 수 있는 가장 쉽고 가벼운 결정체는 눈물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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