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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396 축복을 기다리는 자

지루하다

by Noname

지루하다.

그렇다면 아주 잘 살고 있다는 증거겠지.

그럼 이제 그만 해도 되지 않나.


남은 생이 너무 길다.

더는 바랄게 없는데

이대로 반복되는 걸 그냥 지켜보긴 지루하고

뭘 하기엔 그렇게까지 의욕적이진 않다.

하려면 하겠지만 굳이 더 애쓰고 싶진 않달까.


결국 뭘 하고, 뭘 얻고, 누굴 만나고, 뭘 이루더라도

그런건 그냥 순간의 이벤트일뿐이라는 걸 안다.


나의 전부인 이 몸도

결국엔 덧없이 스러질거라는건 너무나도 자명하다.


지루하다. 다행이기도 하다.

별다른 일이 없다는건 축복이다.


낚시 줄에 걸려 숨통만 붙어있는 물고기처럼

가만히 숨을 쉰다.

숨을 쉴 수 있다는 건 기적이다.


나에게 남은 죄가 있다면

이 기적들을 신성히 여기지 않고,

지루하다고 투덜거린 죄일 것이다.


그래서 아직은 안 되나보다.

더 감사해야지. 죄를 씻어내야지.

축복을 기다리는 사람은 충분히 넘치게 감사해야한다.


토닥토닥 고생이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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