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자고싶지만
아침에 운동을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오후에는 변수가 많으니까.
같은 이유로 평일에는 약속을 잘 잡지 않았다.
이건 사회초년생부터 습관이다.
IT가 근래들어서야 각광받는 직종이지, 옛날엔 3D였다.
그때도 자전거 출퇴근을 하고, 회사 헬스장에서 아침에 운동을 했다.
물론 평일엔 약속을 잡지 않으니, 야근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운동을 하고 야근을 하거나
어떤 날을 자전거를 타고 반포대교까지 분노의 페달질을 하기도하고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다.
주말출근 전에 자전거를 타고 가서 운동을 하거나
그땐 주말 철야도 한달에 한번 이상씩 있었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다.
그래서 뇌가 깨어나는데에 시간이 걸린다.
애를 쓰면 나도 누군가 처럼 아침에 일어나 책을 읽고, 생산적으로 보낼 수 있겠지만
그건 대학생때 과제 할때나 가능했던 일이다.
(나는 일부러 과제를 80퍼센트만 해놓고, 제출 직전에 20퍼센트를 하는 버릇이 있다. 지금도 종종 중요한 일은 그렇게 처리한다.)
아침에 운동을 하는 이유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세상사에 때묻기 전의 상태로 온전히 내 몸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태이다.
2. 운동을 못하는 변수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3. 잠이 많은 사람에게 아침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이다.(머리를 안 써도 되니까)
4. 출근을 해야하는 경우, 운동을 적당한 시간만 할 수 있다.
5. 일일퀘스트 중 가장 중요한 걸 첫번째로 끝내면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나도 졸리고, 나도 때때로 몸을 일으키는게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운동중독에 걸릴 확률은 전체 인구의 3-5%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쓰는 감사일기에 '운동을 즐겁게'라고 쓰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물론, 출근을 해야하는 아침에 운동을 하면 양껏 할 수가 없지만, 그만큼 절제할 수가 있다.
종종 저녁에 운동을 하면 폭주를 하는 경우가 있다.
어차피 해야하는 거라면 즐겁게 해야지. 빨리 자야겠다.
요즘 이틀에 한번씩 쉬려고 하는데, 이게 맞는건지 잘 모르겠다.
쇼펜하우어 선생님께서 정말 멋진 말씀을 해주셨다.
자기 몸이 견딜 수 있는 범위를 깨닫고,
그 범위 안에서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인내다.
그러니까 나는 많이 자고, 잘 챙겨 먹고, 적당히 운동해야지.
오늘은 '마흔에 읽는 니체'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을 사랑하는 방법보다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몸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더 쉽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 몸을 사랑하는 것이 영혼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명상 중에는 바디스캔명상이라는게 있다. 몸의 각각의 부위에 집중하면서 몸을 느끼고, 상태를 점검하며 해당 부위에 의식을 집중함으로써 치유의 효과를 볼 수 있는 명상이다. (힐링코드, 다큐멘터리 마음 등 참조)
또 숫자 명상이라는게 있는데, 정말 놀랍게도 현대인이 가만히 앉아서 숫자 100까지 세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숫자를 세거나, 유산소 운동기구의 숫자 올라가는걸 같이 세면서 운동을 하면 자연스럽게 집중력도 높아진다.
그리고 샤워를 하면서 오늘도 운동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내 몸 구석구석에 경의를 표하는거지.
이게 생각보다, 굉장하다.
그날 어떤 일이 벌어져도, 내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타성에 휩쓸리지 않게 해주는 힘이 된다.
사실 운동을 하지 않는 날에는 20-30분 정도 늦게 일어나서 아침 식단을 잘 차려 먹는다.
나는 나를 잘 돌봐줘야하지.
내 전부니까.
그래도 명상을 따로 하긴한다.
아무리 운동을 해도, 명상을 게을리하면 역시 바로 티가 난다.
일기를 쓰다보니 더더욱 티가 난다.
명상하고 빨리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