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고 싶은 마음
눈을 떠보니 새벽 4시였다.
요근래 들어 이 시간에 깬다.
어제는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복숭아뼈에 금속성의 뭔가가 차갑게 스쳐 손을 뻗어보니 피부미용기계였다.
집에 와서 대충 요기를 한 후, 씻고 화장품을 바르려고 잠시 누워 영상을 켜두었었다.
침대 각도를 올리지 않았던건지 자다가 각도를 내린 건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겨울은 혹독한 계절이다.
겨울 자체보다는 늦가을이 그렇다.
그나마 생일에 눈이 오면 속없이 기쁜 마음이 되지만 이 시기는 내게 좋은 기억이 없는 시기이다.
그나마 붙잡고 있는건 그의 기억이다.
그런데 그 기억조차 그의 얼굴 조차 녹아내렸다.
어젯밤 꿈에 그의 얼굴이 뭉개져있었다.
기억은 감정을 일으킨다.
감정은 기억으로 인해 유지된다.
그에 대한 감정은 녹아내렸다.
어차피 뭘 어쩔 수 없는데 왜 연락을 한걸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술을 마시고, 참지 못해 연락했다고 했다.
이기적이다.
어떤 경우든 스스로를 절제하지 못하는 사람을 몹시 싫어한다.
그 배려없음에 기억이 녹아내린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여전히 행복했던 느낌은 남아있었다.
이제 그 추상적인 느낌, 사랑의 느낌만 남겨둘게.
더는 훼손시키지 말자.
사람은 사랑을 주고 받음으로써 삶의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그 기억으로 살아갈 힘을 얻고.
늦가을의 급격히 차가워진 바람이 내 볼을 에인다.
그러나 남은 삶을 위해서라면 어떻게든 지켜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