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해야하는 이유 : 우아한 죽음
#운동의뇌과학 #윌라오디오북
어린시절엔 운동을 할 수 없었다.
뛰어 놀기에는 체력이 부족해서 집에서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 뜀틀 제일 낮은 단을 넘지 못해 두시간을 남아 연습한 적이 있었다. 달리기는 당연히 하지 못했다. 온몸이 정말 천근만근이었다. 내딛는 발끝마다 죽을것 같은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책을 통해 그 이유를 알았다. 어쨌든 나는 신체적으로 매우 불리한 개체이다. 그러니 살기 위해 운동을 하는 거다.
원인은 유년기 정신적 충격에 있다.
어느 전문의께서 어린시절에 코피가 나는건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하셨다. 어린 시절에 겪은 트라우마로 뇌출혈을 일으킬 일을 지속적인 코피로 대신하는 것, 물론 거식증도.
그 기간이 각각 1년 씩이었다.
20살 심리학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심리학 개론'을 교양으로 들었다. 스스로에 대한 탐구와 트라우마의 이성적인 해체를 스스로 자행하면서 조금씩 살아갈 힘을 되찾게 되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내 의지에 의해 그당시 살던 동네에 있던 산인 '불암산'에 슬리퍼를 신은 채 올랐다.
수많은 세월을 버텨낸 산과 산 속에 나무들과 흙과 동식물들을 보는 것과 한발자국씩 올라 마음속의 괴로움을 하나씩 털어내는 그 기쁨이 나를 산으로 이끌었다. 산을 오르면서 점점 운동도 하기 시작했다.
운동을 하던 20대 만큼 내 정신이 건강했던 적이 없었다.
그러던 것이 30대 초반 기술사 공부를 한답시고, 운동은 잊고 공부에 몰입했고, 취득 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트라우마가 재발현이 되었다. 근육을 잃은 만큼 삶에 대한 의지도, 정신력도 사라졌다.
유일하게 남아있던 희망은 '산에 다시 가고 싶다.'였다. 자연을 사랑하는 나로서는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 가는 걸 혐오했기에 오로지 그 생각으로 허리와 목디스크, 섬육근육통 초기 증세를 극복해냈다.
의사선생님들은 평생 수영 외에는 하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지리산을 올라보였고, 다시 헬스를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삶은 제 궤도에 올라 다시 한번 좋아지고 있다.
김주환 교수님과 조디스펜자 교수님의 책들이 '명상'에 대한 뇌과학이라면, 이 책은 '운동'에 대한 뇌과학이다.
그러나, 명상과 운동, 특히 헬스는 다를게 없다. 단지 헬스가 명상보다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현대인들에게 제대로된 건강한 명상을 하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집중해서 명상을 배웠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의 나 역시 명상이 쉽지 않다.
그러나 헬스는 다르다.
인생의 굴곡은 불안정한 뇌파의 현실화가 아닐까 싶었다. 뇌파가 안정된 사람들은 별다른 노력 없이 삶을 즐긴다. 그러나 나는 아니다. 뭐하나 쉽게 얻을 수 있는게 없다. 늘 줄넘기를 뛰고 있는 상태와 같다.
운동을 통해서 뇌파를 비롯한 생체 신호를 조율한다. 스스로를 통제하고, 억제력을 습득한다. 뇌파를 안정화 시켜 삶의 현실로 나타게 한다. 별다른 사건 없이 삶을 안락하게 살아낸다.
운동의 뇌과학은 근거 없이는 잘 하지 않는 나에게 인터벌 트레이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었다. 이젠 유산소는 무조건 인터벌로 한다. 웨이트트레이닝 역시 이 책에서 가이드한대로 강도를 더 높이는 방향으로 수정하고 있다.
나는 점점 더 좋아질 것이고, 우아한 뇌파의 상태를 만들어 우아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고요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두번을 #윌라오디오북 을 통해 들었다. 타인에게 추천을 잘 하지 않는 편이지만 나와 비슷한 터널 속에 잠겨 있는 누군가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20대 어느날 운동을 하다가, 나는 정말 이렇게 평생 운동해야하나? 하고 끔찍했던 날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운동은 내 생명줄과 같다. 다행히 정말 좋은 트레이너선생님을 만나 헬스를 즐겁게 할 수 있으니, 이또한 복이라고 생각한다. 나이를 어느 정도 먹은 사람이 운동을 하지 않는 건, 무책임한 처사와도 같다. 물론 아무리 외골격이 건강해도, 오장육부의 문제로 훅 갈 수 있다는 건 안다.
그러나 최대한 우아하게 죽고 싶다면 운동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