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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392 산에 다녀오는 길

그래도 산은 좋아

by Noname

20대 산을 자주 다녔다.

당연히 혼자 다녔고, 집근처의 산을 한달에 두어번 다녔다. 혼자 멀리 다녀온 건 지리산 종주 뿐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러던 것이 혼자 빗길에서 휴대전화 배터리가 없는 상태로 미끄러져보기도 하고 하다보니 혼자가는 것보다는 안전하게 헬스장에서 천국의 계단을 타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산에 가는 건 좋다. 아주 종종 누군가가 가자고 하면 가는데 그 빈도가 높진 않다.


얼마전 책에서 운동은 함께 할수록 시너지가 난다는 글을 보고, 운동을 함께 할 사람을 찾으려 헬스모임과 클라이밍모임에 가입했다.


십여년 전에도 가입했다가 한번 나가보고 나랑은 맞지 않아 나왔는데, 그래도 헬스모임에는 정을 붙여야겠다고 생각하고 나름 노력중이다. 클라이밍모임은 아직 나가지 못했다. 주중에는 집근처에서 하는데 주말에는 원정을 가는거 같아 거리상 아직 내키지 않았다.


몇주전 집근처 헬스장 쉬는 날에 모임을 한번 나갔다.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은 관악산을 간다기에 오랜만에 참석을 누르고 다녀오는 길이다.


관악산을 자주 다녔지만 늘 혼자 였기에 새로운 느낌이었다. 2019년에 감리를 같이 했던 분들께서 초대해주셔서 함께 8봉을 타긴 했지만 50대 이상 70대까지의 어르신들과 함께인데다 감리회사의 산악모임이라 모르는 분들도 많고, 비교적 어린 나이의 여자 사람 한명이 달타냥으로 끼어 가는데에는 무리가 있다. 그 이후 코로나도 있었고.


혼자 다니던 길을 또래인 누군가와 같이 가며 비슷한 세대의 이야기로 공감하는 건 꽤나 괜찮은 기분이었다.

지난 번 헬스모임에서 같이 파트너운동을 했던 분께서 붙임성 좋게 이야기를 해주셔서 더 그랬다.


게다 5명이라서 크게 부담이 가지 않았다.

비슷한 성향이기도 하고,

산을 다녀와 방어도 먹고, 말로만 들어본 역전할머니맥주집에도 가보았다.


쓸쓸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산에 다녀오니 참 좋다.


그래도 끝까지 어울리긴 힘들었다.

19시 알람이 울리고, 나는 이만 가 보겠다며 자리를 나왔다.


지하철 한 정거장을 남겨두고 내려 언덕길을 올랐다.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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