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oname Dec 03. 2023

마흔-371 나의 세번째 한 여름의 생일

겨울의 냉기가 마음마저 움츠러들게 하면

공교롭게도 벌써 세번째 한 여름에 맞이하는 생일이었다.


21살 겨울, 아르바이트를 한 돈으로 난생처음 대학교 동기와 갔던 푸켓 패키지 여행

그때 내 생일을 맞춰 가게 되었는데, 내가 푸켓 클럽이 무섭다고 가기 싫어하는 바람에 동기가 화가 나서 말을 몇마디 하지 않다가 한국에 돌아와 김치찌개를 생일 선물로 사준 기억


그리고 두번째는 세네갈에서의 29번째 생일이다.

그당시 같은 지역에 파견 중이던 동생이 내 생일에 미역국을 끓여주고, 소세지전을 부쳐 하트를 만들어 주었었다. 그 당시 사진이 페이스북에 박제되어있다.

나는 그때 서른을 맞기 전 비장한 심정으로 내가 가야할 길을 잘 가고 있는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을 했었더랬다.


마지막으로 오늘 호주에서의 39번째 생일.

2009년 첫직장 사수였던 미느님의 가족준들과 함께 보낸 생일, 공교롭게도 형부와 첫째딸 엘리나와 나의 생일이 같다. 사내 커플이었던 덕에 그 당시 같이 해주냉면도 먹으러 다니고, 참 재밌게 보냈었는데 10년전에 이곳으로 이민을 오셔서 한국 나오실때마다 뵈었던 우린 가족만큼 가까운 사이이다. 그런 덕에 지난 3월 한국에 오셨던 언니가 호주에 와서 같이 생일 파티를 하고, 함께 일했던 그때만큼은 할 수 없겠지만 일주일이라도 호주에서 놀자고 하셨더랬다.


그렇게 진짜로 나는 호주에 왔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뉴질랜드 일주일, 호주 일주일 총 이주인데, 프로젝트 중이라 이주를 모두 낼 순 없었다.


적잖이 눈치를 주긴 했지만 그 옛날 아버지 49제때 휴가를 냈다가 고객사로부터 비난을 들어먹은걸 생각하면 이정도면 약과지


절이 싫으니 중이 떠날 준비를 하는게 맞는것 같다.


21살 철없던 패키지 여행은 어떤 감흥을 불러일으키진 못했지만 내가 번 돈으로 첫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에 의미가 있다면,


누군가를 돕겠다고 떠났던 29살의 아프리카 봉사활동은 그 자체로 큰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 39살, 내게 큰 사랑을 주는 언니를 만나러 온 이 호주 여행은 마흔 이후의 방향성에 대한 고찰이다.


공교롭게도 한여름의 생일은 늘 의미심장하다. 내가 태어난 겨울이라는 계절에 반하는 따뜻하다못해 뜨거운 계절.


냉정하게 얼어붙을 때가 있는 내 마음을 녹일 필요가 있을때, 잊고 있던 이글이글 붙타오르던 나의 눈빛을 되살릴 필요가 있을때,


아니 다정하고, 따뜻한 품이 그리울때려나.


한 겨울의 냉기가 마음마져 움츠러들게 하면,

그 냉기를 녹이기 위해서려나.


따뜻하게 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마흔-372 숫자가 이상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