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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ame Dec 05. 2023

마흔-369 남매의 어린시절

예쁘다

호주에 사는 언니에게는 5살 딸아이와 3살 아들이 있다.


아이들은 모두 참 사랑스럽다.

그 사랑스러움이 배가 되는 때는, 그들이 그들 간의 관계에서 보이는 다정함에 있다.


어린 시절에는 관계의 위아래가 없이 그저 어린 아이여서 서로 간에 투닥거림이 있기도 하지만 금새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기도 하며 예쁘고 사랑스럽게 자라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을까.


동생이 참 예쁘고 좋은데, 어떨땐 밉기도 하고


내 초등학생 시절 일기장에는 여동생이 얄밉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오더라. 대체로 동생에게 머리끄댕이를 잡히거나 예뻐서 사온 삔을 그날 뺏긴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매의 어린 시절을 가까이에서 다 큰 나이에 보는건 처음이다.


똘똘한 남동생이 공주같은 누나를 살뜰히 챙기기도 하고, 누나 말을 듣지 않기도 하고, 누나가 그린 그림에 덧칠을 하고, 싸우다가도 금새 히히덕 거리고, 도란도란


우리 집에서 금기와 같았던 바로 아래 남동생에 대한 이야기는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꺼낼 수 있게되었는데,


엄마는 나와 남동생의 어린시절을 이야기하시며


“그땐 너희 둘이 말 안들으면 아빠가 회초리로 때리기도 하고, 벌도 세우고 그랬어. 어떤 날은 둘을 밖에 쫓겨내서 벌을 세우기도 했다. 근데 니들 둘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조금만 지나면 희희덕 거리고 그러잖아. 그게 어찌나 귀웠는지 모른다.”


유난스럽게 깔끔하고, 말도 잘하고, 가마가 세개였다던 그 죽은 남동생과 나도 저렇게 사랑스러웠었겠지.


내 7살 유치원 졸업식날 점심까지도.


그냥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을 거라 생각하니

너무도 고마워졌다.


천사처럼 착하고 똑똑했던 동생아,

누나는 이제 그때만큼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단다.


조개속의 진주가 만들어지듯

너는 내게 삶의 고귀함을 알려주기 위했던 건지 모르지.


편히 쉬렴

다음 생이 있다면 누나하고 오래오래 함께 해줬으면 좋겠다.


마냥 좋기만 할 순 없어,

다투고 미워하더라도,

생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참 멋지고 경이로운 일이다.


그러니 지금 나와 함께 하는 사람들의 소중함이

내겐 얼마나 경이롭고, 감사한지


이토록 진심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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