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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ame Dec 06. 2023

마흔-368 거의 20년만에 해수욕

정말인가

기억에 의하면 내 마지막 해수욕은 21살이다.

신종플루가 유행하던 당시 집이 가깝던 대학동기의 남자친구가 감염되어 바로 전날 격리에 들어갔고, 동기는 나에게 여수에 가자고 했다. 본인의 친척 여동생과 여동생의 남친까지 총 네명이었다.


내향인이지만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최악인 경우가 아니고서야 나름 싹싹하게 잘하는 편이고, 잘 어울리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때도 그랬기에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갔다.

그땐 MBTI 검사결과가 ENTP였다.


여튼 그 여수에서의 해수욕이 내 기억 상의 마지막 해수욕이다.


어린 시절에 부모님께 우리는 왜 바다에 놀러가지 않냐고 항의를 했다가, 엄마가 “네 그림 일기 보렴. 매년 다녀왔단다.” 하시는 말씀에 모든 그림 일기를 다 찾아보고 알았다.


나는 물놀이를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중고등학생때 물놀이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다.


여수에 가기 이전 동아리에서 어느 섬 바닷가에 갔다가 선배가 날 물에 내동댕이쳐서 핸드폰이 망가진 기억이 있다. 참 정신나간 선배가 아닐 수 없다. 왜 변상받지 않았는지, 참 순진하고 시골아이 티를 벗어나지 못했던 때이다.


사람이 많은 걸 좋아하지 않게 되다보니, 여름엔 바닷가에 가지 않았고, 그러니 더더욱 해수욕을 할일은 없었다.


한적한 브리즈번의 골드코스에서,

적당히 재미있는 파도를 타는 일은

입에 텁텁하게 씹히는 고운 모래알과 바닷물의 짜고 쓴맛에도 불구하고,


재미있었다.

미느님과 같이 언니의 웃음 소리를 들으며 세상 걱정없이 몸을 내어 맡기니 참 좋았다.


가장 좋았던 건 언니의 사랑스러운 웃음소리였다.

해수욕은 이렇게 사랑스러운 기억이 되었다.


너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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