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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ame Dec 15. 2023

마흔-359 기대하지 말기

다 지난 연애이야기

어린시절엔 그저 받는게 당연했다.

그 시절엔 어쩐지 나를 좋아한다고 하니까,

뭐 나도 좋은것도 같으니까 연애를 했던 것 같다.

물론 그보다 앞서 친구들이 모두 연애를 하고 있었으니 연애가 뭔지 궁금하기도 했고


“선점하는 자가 독점한다.”


대학교 1학년 겨울, 좋아하던 오빠가 있었는데

도무지 마음을 알수가 없어서 지지부진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래도 꽤나 솔직한 편이라 내가 그 오빠를 좋아한다는건 온 동네 사람이 다 알 정도랄까


내가 누군가를 끔찍히 좋아하면 아무리 감춰도 모두가 알고 있었다.


진짜 끔찍히도 소중하게 대하고, 뭐하나라도 못줘서 안달이 나니까


어쨌든 그렇게 티가 나게 짝사랑을 하는데도 영 반응이 없었고, 마침 그 당시 도서관에서 어쩐지 늘 옆옆자리에 앉던 다른과 남학생이 포트스잍에 쓴 쪽지와 음료수를 주었다.


“시험 잘 보세요! 시험 잘 보면 제 덕이고, 못보시면 제 탓이니까 제가 밥 사드릴게요!”


그리고 나는 답을 보냈다.


“제가 시험을 잘 보든 못 보든 그게 본인과 무슨 상관이 있는거죠?”


…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봤던 건데

울것 같은 표정으로 옆자리에서 날 쳐다보길래 정말 궁금해서 그런 거라고 하다가 친해졌고, 그 친구가 고백해서 사귀게 됐다.


문제는, 그러고나서 크리스마스 모임에서 그 오빠가…


그런데 또 나란 사람은 시골 사람의 순진함이 있어 이미 사귀기로 한 일주일된 남자친구와 헤어질 순 없었다.


그런면에서 참 융통성이 없었다.


어쨌거나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은

이제 더 이상 그 시절 멋모르고 “만나 주시던” 연애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여러가지 조건이나 형평성을 따져봤을때,

흔히들 말하는 “갑의 연애”가 그리 성숙한 연애는 아니며,


누군가의 말대로 어떤 기대나, 바람 같은 것은

자신이 만든 허울과 이상이기에

그 역시도 상대방에게, 그리고 본인에게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거다.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물음표 살인마가 되는건 내 스타일이고,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그저 지금 모습, 순간의 존재만으로 충만해지는 건 그 누군가의 스타일이고,


어차피 긴 호흡으로 봤을때,

서로를 점차적으로 알아갈 것이라

너무 한번에 다 알려고 서두르지 말자고


어른스럽게 토닥이는 건 네 스타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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