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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ame Dec 18. 2023

마흔-356 편하게 했으면 좋겠어

감사한 일

겨울이고 연말이다.

어쨌든 39세의 생일이 지났고,

마흔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 주말 소위 네카라쿠배에 다니는 친구들이 다녀가고, 나는 갑자기 불안해졌다.


이야기할때는 몰랐는데 다음날 새벽 나는 열등감과 불안감에 휩싸였다.


다들 착실하게 꾸준히 노력하고 고생해왔다는 걸 안다.


나는 턱없이 부족했다.

올해에는 특히나 딱 1년전 발생한 사건의 여파로 심신을 치유한다는 명목하에 친구들 품에서 안락하게 보냈다.

물론, 정신과약 부작용으로 공부를 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다.


혼자 살기에 부족하지 않은 돈이지만 비교를 하자니 끝이 없다. 안정적인 직장이지만 단위면적당 다수의 인구가 밀집되어있는 환경에 아침 저녁으로 노출되는게 버겁다.


겨울이 되니 더 그렇다.


아니 사실은 그들이 연봉 1억에 가까운 직장에서 재택을 하며 여유롭게 산다는게 문제가 아니다.


그저 안정적인 가정을 이룬, 무조건적인 내 편이 한명 있는 사람들이 밑도끝도 없이 부러운거다.


물론 반대급부로 나는 어디로든 떠날 수 있다는 최대의 장점이 있지만 어쨌든 부러운건 부러운거다.


점심시간이 얼마지나지 않아 팀장님께서 커피를 사러 가자고 하셨다.

글쎄 내가 언젠가부터 한숨을 쉬기 시작하더니 오늘은 10분에 한번씩 한숨을 쉬는거 같다고 하셨다.


사실 일도 답답하다. 원피스 안에 입은 운동복이 너무 죄여오기도 했고, 프로젝트룸의 공기가 너무 탁하기도 하고, 지난 주말 내내 답답했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났나보다.


팀장님께서 다른 차장님과 회식을 하자시더니 그날이 오늘이 되었다.


팀장님은 명동에 있는 평양냉면집을 가자고 하셨다. 팀장님과 처음 점심을 먹었던 곳인데 그곳 평냉을 워낙 좋아해 초면인데 무심결에 냉면 국물을 다른 과장님께 배운대로 원샷을 하고 리필도 했었더랬다.


딱 그때 팀장님께서 나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힘들어보이는 나에게 잘 먹는 평냉이라도 한그릇 먹여주시려하시는 거라는 것도. 다른 프로젝트에 계신 차장님을 갑자기 부르신건 직접 말씀하시기엔 여러모로 내가 어려워할 거라는 걸 아시기 때문이실거라는 것도


나는 또 평냉 국물을 들고 마셨다.

마지막 한방울까진 아니었지만


나는 불안긴장이 심한 편이다.

어릴때부터 편도체가 활성화되어있달까

동생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이다.


내가 뭘 실수하거나 챙기지 못해서 뭔가가 잘못될까봐

그게 아니라도 여성의 사람이 무능한 나를 탓하고 비난할까봐


안다. 그때 나는 7살이었고 무능할 수 밖에 없었으며 동생을 챙기기엔 어린 나이였고, 그렇게 나를 무작정 비난하고 탓한건 잘못된 일이라는걸


그럼에도 불구히도 나는 늘 그 상태로 사는거다.

특히나 이 겨울엔 더더욱

사람이 많은 곳, 다수의 어른들에게 비난의 눈초리를 받던 그 공포는 아직도 단위면적당 다수의 인구가 있는 장소는 어디든 싫어하게 만들었다.


차장님 말씀 대로 나는 늘 긴장하고 있고, 늘 깍듯하며 바로 그런 태도는 공격받을 거라는 피해의식에서 발현된 자기 방어이다.


이런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해주시는 분들을 만나다니


내 인생이 더 좋아지려나보다.


팀장님과 차장님깨서는 그런 나를 보는게 너무 힘겨워 보인다고 하셨다. 그러니 좀 편하게 대했으면 좋겠다고 해주셨다.


나는 평냉 국물을 또 그릇 채로 홀짝였다.


팀장님께서 말씀 해주신 나의 단점은 감정 배제할 필요가 있다는 거였다. 언젠가 격한 회의가 끝나고 말씀해주셨던 내용이다. 방어적인 이유는 내 스스로가 공격적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메일은 늘 열번 읽어보기

어떤 일도 내 수중에서 바로 처리해서 넘기기

늘 why를 고민할 것

저주 전화해서 물어 볼 것


성장해야지. 아직 배울게 많다.


그러니 불안한 것은 당연하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평정심으로 내 갈 길을 가야한다.


그래도 올해 몇번 없던 이벤트이다.

살면서 이런 날도 있는거지.

 회식을 마무리하고 돌아가는 길 인사를 드렸다.



“팀장님, 감사합니다.”


진짜, 내년엔 많이 성장해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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