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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ame Dec 27. 2023

마흔-347 사람을 만나면 피곤한 이유

날것의 이상아

어제 아침 등운동을 하고, 오랜만에 인터벌러닝을 했더니 몹시 피곤했다. 연말의 여유를 즐기고자 했으니 어젯 밤은 유투브를 보며 놀다가 잠이 들었다.


그동안 몇번 보았던 MBTI 관련 영상중 두어번 본적 있는 INTJ 영상이었다.


어제는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다.

평소 사람들을 대하기 어려운 이유가


“자연스럽게 사람을 대하는 것이 아닌, 재수없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그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늘 생각하고, 상대의 반응을 계산해서 말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라고.”


아니 당연히 상대방이 좋아하고, 기뻐할만한 말과 행동을 생각해서 리액션 하는게 아닌가?


물론 그 순간 상대방을 기쁘게 해주려는 의도는 다분히 순수하다.


한편으론 역시 아직도 있는 그대로 날것의 이상아로서는 사랑받을 수 없다는 믿음이 남아 있구나 싶어 씁쓸했다.


그러나 어디 무인도에 혼자 사는 것도 아니고,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에게 무한정 상처를 줄 수 있을만큼 소시오패스도 아닌데,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중학생때까지 참 재수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여러면에서 여자 동급생이나 선배들에게 재수없다는 소리를 여러번 들었으니까


남학생들은 대체로 나를 대단하게 여기거나 무서워했다:


오빠들은 귀여워했는데, 그것 또한 여자 선배들이 나를 재수없어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 뒤로 질투 받는건 죄악이라 여겼는지

공부도 일부러 안해서 성적을 낮추었다. 목적이 없어서도 있었지만 초중학생때 동급생들의 질투에 질려버렸었다. (질투 많은 여학생들은 소름끼칠 정도로 무섭다.)


 그 인간들이 뭐라고 그랬나 싶긴하지만

그래서 내신은 “미”를 받은 적도 많다.

그리고 외모는 점점 여성성을 상실하게 가꾸어 여고에 다닐 당시 내 별명은 “상돌이”가 되었었다.

(이건 기술사 공부할때도 다른 분들의 질투를 받지 않기 위해 그당시 모의고사 후 등수와 점수를 공개했었는데 일부러 문제 하나를 안 풀어 전혀 드러나지 않게 했었다.)


물론 그 시골에서만 해당했던 이야기니까 대학생이 돼서는 그러지 않았다.


그러고보면 은근 F성향이었던게 친구들하고 절 지냐고 미움받기 싫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냥 마이웨이 강철심장이 되었어야 하는데

아쉬운 부분이다.


요즘 곰곰히 생각해보니 연애에 있어서도 그런 태도를 견지하는 걸 느꼈다.


페르소나, 가면탑재


물론 진심이긴하지만 애를 써서 그 마음을 표현하고, 잘해준다.


사랑받고 싶으니까,

근데 연인 사이에 사랑받고 싶은게 이상한 걸까?

노력하는게 이상한 걸까?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더라도 노력을 하며 관계를 유지하는게 인간관계가 아니던가?


날것의 이상아는 과연 그대로 괜찮을까?

적어도 건강한 자아존중감을 가진 인간이라면

특히나 연인 사이라면 당연히 떨어져 나가는게 정상이 아닐까?

아닌가, 자연스러워야하는가?


그래서 어느 시점 이후로는 노력하지 않고,

자신의 뜻대로 조정하려고 드는 인간을 잘라내는건

그또한 내 모습을 인정하지 못하는 걸까?


아니, 그저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서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상대를 만나지 못한 것 뿐이 아닐까


그러나 내가 늘 말하듯 사랑은 결심일뿐이라면

나는 그냥 비겁자인가


그저 내가 충분히 누군가를 사랑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인 걸까?


어제는 호주에서 보내준 택배와 편지가 왔다.

나의 연애를 궁금해하는 언니에게 구구절절 쓰다가 지웠다.


그토록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속상해할만한 이야기는 차마 하지 못하겠어서.


그러니까 내가 누구냐면

누군가에게 그토록 소중한 존재라는 거지.


그렇게 형성된 건강한 자존감이

결코 날것의 이상아처럼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신경하고 날카롭게 말하고, 행동하는 꼴을 참아주진 못한다는 이야기


날것의 이상아는 바로 그런 사람들을 단칼에 끊어낼때 나를 지켜준달까.


날것의 이상아는 얼마나 겸손하규 갸륵한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오버클럭킹하여 최선을 다하니까.


그래도 이제 오버클럭킹은 그만하자.

후두신경통이 심해진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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