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내 것은 아닌듯
마음이나 감정은 그것을 느끼는 주체의 소유가 아니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었다.
그러니까, 내 마음이나 감정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는 것
불교의 심우도(尋牛圖)에는 그런 특성을 잘 설명해주는데
소를 길들여 자신의 뜻대로 부리게 되듯, 내 마음 역시 길들여 다스리는 경지를 비유한 것이다.
그걸 열반이라고 한다.
그러니, 처음엔 날것으로 날뛰던 마음을, 감정을,
끊임없는 성찰과 명상으로 다스려
내가 부릴 줄 알게 되어야한다는 말이다.
기술사 공부를 할때, 당시 같이 공부를 시작했던 분께서 보내주신 문구가 있다.
"마음 없이 마음을 내어 써라."
그러니 마음이 없어야 하는데 마음이 그득그득, 빈 공간이 없다.
너무 꽉 들어차버린 마음 속에는 마음을 내보낼 자리 조차 없이 병목된 형국이다.
이런 일을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일 때, 특히 심각하다.
좀처럼 없는 일이라서 더더욱 그러하다.
투명한 내 마음자리가 그 시절의 누군가와 같이 서로 투명하게 맞닿아
눈처럼 예쁜 결정을 이룰 수 있다면 좋으련만,
요즘 눈에는 온갖 매연과 티끌이 껴, 퀘퀘 묵은 회색 빛을 띈다.
어쩌면 그저 새하얗기만 한 눈이 잘못된 건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이런 부분에선 참 미숙하다.
아니, 그저 서로 마음이 맞는 이를 다시 만나기가 쉽지 않은 일이라 그런것 뿐이겠지.
80억 지구 인구인데, 내가 만나는 사람이 한정되어 있다보니
아직은 나의 마음을 알아줄 이가 없을 뿐이겠지.
이성적으로 결론이 난 문제에
마음이 따라주지 못한다.
괜찮다. 잠시 머무는 바람이니.
"바람이 구름을 걷어내듯"
때가 되면 걷힐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