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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ame Feb 08. 2024

마흔-305 행복감으로부터의 격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는게 문제가 아니다.

현재에 충분히 만족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게다가 행복감을 너무도 많은 곳에서 자주, 깊이 느끼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또 '공부'를 해야한다는 핑계로 행복을 주는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쏙 빠져 나와 홀로 있으려고 하는 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 

행복감과 안정감은 두려움을 수반한다.


아무일 없이 그런대로 흘러간 하루가 곧 깨어질거라는 두려움


다시 또 사람들과 부대끼며 불완전하고 부족한 자신을 느껴야한다는 불안감


우리는 절대적인 무력감과 절대적 불안과 절대적 두려움을, 


어느 한순간 와장창 심장이 깨진 것을 느꼈다. 


모든게 한순간에 무너져내려버린 비현실적인 감각 


차라리 무미건조한 삶이 주는 담백함이 적합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심장에 쇠사슬을 동여매고 요란하게 뛰어오르려는 심장을 움켜쥔 채, 살아간다. 


괜찮아지는게 문제이다. 

괜찮아지면 다시 평온하고 행복했던 나날들이 무너진 그 순간이 올거라는 

무의식 깊은 곳에서의 균열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건 삽시간이다. 


순식간에 집어삼켜진다. 

나는 또다시 나를 잃고, 잠식되어 불행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음을 자초한다. 


행복할수록, 아낄수록, 소중할수록 


그래도 많이 나아졌다. 

인식하기 나름이다. 알고있다. 

몇대에 걸쳐 유전자에 새겨진 윤회따위 스위치 끄듯 끄면 될 것이다. 


그런데 그 스위치가 고장나서 고치는데 너무 많은 세월이 걸린다. 


엄마와 나, 2대에 걸친, 어쩌면 그 이상의 세대를 걸친 이 지독한 트라우마는 


뼈에 새겨진 흔적이다. 



사람이 꼭 행복해야할 필요가 있나?


최면치료를 받아본다는게 일상에 크게 지장이 없으니 미루게 된다. 

가슴팍에 똬리를 틀고 툭하면 온몸을 휘감는 이 불안감 


작년 영업종료일에 다친 발등에 가득했던 염증, 찢어진 인대를 체외충격파로 치료하고 있다. 

한달을 묵혀뒀던 만큼 더 고통스럽다. 



아마 체외충격파의 고통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생살을 도려내는 고통일 거라는 걸 알고 있다. 


최근엔 그래도 후성유전학이 발전해서 이 정도는 가볍게 설명할 수 있어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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