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일기를 써야해. 하고는 잠이 들었다.
요즘 명랑한 은둔자라는 에세이를 읽고 있는데 작가님에게 너무도 공감한 나머지 왠지 나도 술을 마셔야할 것 같은 느낌 , 나도 그녀와 같이 술를 발컥벌컥 마셔보고 싶었던 것 같다.
동질감을 느끼고 싶은 누군가에겐 이런 이상한 부분까지도 은연중에 따라하고자 하는게 나란 인간이려나.
술을 잘 마시지 않는데, 그건 내가 내 자신의
생각도 행동과 감정을 통제하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고, 소량의 알콜에도 온 몸이 아프고, 얼굴이 빨개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동생이 놀러와서 같이 한증막에서 실컫 놀았는데 동생은 맥주를 마셔야한다고 했다.
“나도 술을 마셔보자! 한잔 따라줘봐!!“
하고 호기롭게 이야기하자, 동생은 으이구 하며 맥주캔으로 1/3정도의 양을 작은 잔에 가득 따랐다.
나는 또 호기롭게 벌컥벌컥 마셨다.
“상아야, 그거 술이야. 너 취한다.”
아니나 다를까 5분도 채 안 되어서 나는 취했다.
다들 취하려고 술을 마신다던데 나는 참 가성비가 보통이 아닌 편이다.
사실은 어쩌면 일상이 취해있는지도 모른다. 술을 마시진 않지만 춤을 출 수 있고, 노래를 부를 수 있고, 내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취하지 않아도 신이 날 수 있다. 그건 장점인것 같다.
책에서 이미 고인이 된 작가님은 술을 마심으로써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 감정들로부터 한걸음 물러 설수있고, 보호받을 수 있다고 했다. 늘 경직되어 있고,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부자연스러운 자신이 술을 통해 조금은 부드럽게 사람들이 기대하는 보통 수준의 관계를, 대화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는 전쟁터에 방패를 들고 있지 않은 병사로 표현했다.
나도 술을 마시던 때가 있었다.
대학생 초반 멋모르고 술을 마셔야만 친해질 수 있는 걸까 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나는 술자리를 이해하지 못한다.
증발해버린 알콜처럼 술자리에서의 관계는 쉽게 증발해버린다.
비효율적이었다.
어쨌거나 어제도 희석된 유자하이볼을 한잔 마셨다.
그리고 일기를 밀렸다.
그러나 때론 늘 이성적인 상태가 좋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늘 쉴드를 치고 있으니까
작가님에게는 술이 쉴드였다면
내게는 맨정신이 쉴드이다.
종종 나는 나를 너무 과잉보호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