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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ame Feb 11. 2024

마흔-302 애착의 대상에게 잔인한

통제 욕구

사람이 사람에게 가장 잔인한 태도가 무엇일까?


사람에게는 여러가지 욕구가 있게 마련이다.

그 중에서 데카르트로 부터 시작된 '통제욕구'는 자기 자신을 비롯해 타인까지도 '도구'로 취급하게 만든다. 


통제는 나쁜 개념이 아니다. 다만, 어떤 존재를 옭아매는 도구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작은 새들과 플랑크톤과 작은 물고기들은 무리를 짓는다. 

거대한 대형을 만들어 개체의 손실을 줄이고, 때로는 그 대형 자체가 다른 존재에게 위협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보호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개별 개체의 희생을 감안한 전략적 행태이다. 


사람 역시 무리를 짓는다. 

국가마다, 조직마다, 비슷한 부류, 학연, 지연 

그렇게 비슷한 개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나름의 규칙을 정하고, 그 규칙 내에서 개개인의 행동을 통제하고, 하나의 복합된 개체로서 다른 개체들에게 대항하기도 한다. 


통제가 갖는 힘, 그러니까 개별 개체에 대한 통제는 권력이 된다. 


권력이나 통제가 어떤 존재들의 지속적인 삶의 영위에 일조함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통제가 각 개인의 단위에서 벌어지는 경우, 그건 반인륜적 행위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제가 어렵다.


어느 나라에서는 백만원 이하의 절도행위에 대해서는 법적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많은 빈도수를 처리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사건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 개인이 한 개인을 통제하는 일. "노예" 제도와 같다. 

영화 'get out'처럼 흑인을 최면에 걸어 도구로 사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자식에게 

사랑이라는 미명하에 한 개인이 다른 개인에게 


통제하고자 하는 욕구가 일어나는 이유는 

한 개체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저변에는 '다 너를 위해서'라는 말이 들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사실은 '다 나를 위해서'라는 전제가 깔린다. 


'걱정이 되어서'라는 말은 결국은 그 존재가 나의 세상에서 나의 통제 범위 내에서 살아있길 바라고, 내가 원하는 수준의 사람이 되길 바라는 개인의 사념이 들어간다. 


나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타인에게 전혀 관심이 없지만 애착의 대상에게는 집착적으로 걱정을 시전한다. 


나의 통제 범위 안에서, 매순간 살아있길 바란다. 그리고 그 살아있음을 확인하고자 한다. 

그 존재가 내가 원하는 다정한 말을 해주길 바라고 

내가 원하는 행동을 해주길 바란다. 


나의 통제 범위 안에서, 내가 예측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아닌 척 굴어도 뒤늦게 온 메시지 하나에 쪼그라들었던 가슴이 툭 펴지면서 그동안 응축되었던 에너지가 터져나오는 것이다. 


통제, 

분위기, 눈빛, 말투, 행동 하나하나에 타인에 대한 기대가 서려있다. 


아니, 사실은 


그 누군가는 그랬다. 본인 뜻대로 해주지 않을 때마다 '죽어버리겠다.'고 


정말 무서웠다. 벗어나고 싶었다. 아니 차라리 죽어버리길 바랐다. 

그리고 어느날 엄청난 발작으로 거품을 물고 쓰러진 존재에게 빌며 다시는 저항하지 않겠다고 울며 사과를 했다. 


ㄱ나니
- 서태지 
날 좀 가만히 놔둬줘 널 배신 못할 나여도
가혹하게 찢긴 상처를 핥았지가만히 난 착하게 두 눈을 깔고
넌 내 고통을 엿보고 난 또 감추려 애셨어 꽤 뚫린 난 저항할 순 없었지
알았어 신이란 내 곁엔 없어
가끔 때때로 날 묶고 절대 복종을 다 토해낼 듯한
내 두뇌를 넘어선 두려움이 내 피로 고통을 뿜어 올렸어
웃네 만족한 듯 무척 즐겁게 넌 웃네 섬짓한 눈빛을 띠고 넌
난 죽고 싶었건만 가끔 내겐
넌 그나마 문득 따뜻한 감언 결국 또 니 속에
날 긋고 싶었건만 감히 네겐
나 차마 문득 난 죄책감만 결국 또 네 속에



그리고 어느날 깨달았다. 


나를 봐, 나를 봐.
내 안의 괴물이 이렇게 자랐어. 

- 몬스터, 우라사와 나오키-



괴물이 되어있었다. 

애착을 느끼는 대상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숨통을 끊을 듯이 온 힘을 다해 노려보고 있었다. 


너도 죽을 거야? 그럼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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