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964 꼬마의 신묘한 능력

by Noname


꼬마에게는 두가지 능력이 2년의 시간차를 두고 생겨났다


하나는 자다가도 눈아래 코의 끄트머리에서 혈관이 터져나는 철(Fe)의 향기를 느끼는 거였다

그 능력은 2년에 걸쳐 매우 신속하고 정확해졌고, 한약에 의해 발휘할 일이 없어졌다


다른 하나는 자다가도 위산이 역류하려는 시점을 정확히 캐치하는 능력이었다.

이 능력 역시 2년에 걸쳐 강화되었고, 역시 한약에 의해 발휘할 일이 없어졌다


꼬마가 커서 어디가 안 좋으면 어르신처럼 한의원부터 가는 데에는 일반병원에서 지겹게 주사 맞고, 약먹어도 안 낫던 것들이 한약먹고 여러번 나아서 일거다



그렇게 신묘한 능력을 발휘하게 된

아픔의 원인은

처음에는 충격때문이었고

어느 정도 시점이 지나서는

더이상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부모님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방법이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엄마는 내가 체했을때만 내 등을 어루만져 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애가 툭하면 아프게 되면

엄마도 사람인지라 지치게 되고


본의 아니게 아픈 아이에게 화를 내게 되겠지

왜 다른 애들처럼 잘 자라지 않는거냐고


어느 순간,

꼬마는 칭찬을 받기 위해

스스로 처리하는 방법을 배웠고,

참아내는 방법을 배웠다


자전거 사고가 났을때도, 교통사고가 났을때도

말할 수 없었다


혼나고 싶지 않았다

자전거 사고가 나서 얼굴이 심하게 부웠을때

엄마는 그 얼굴을 보고도 그냥 모른척 했다고 했다



언젠가 친구가 아팠는데

정말 뭘해야할지 모르겠었다

정말 멍하니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멍하니 있었다


언젠가 다른 친구가 아픈 나를 위해 간호를 해줄때

사람이 아프면 이렇게 해야하는거구나하고

눈물이 흘렀다


징그렇게 많이 아프고

참 징그럽게도 예민했다


그리고 나만큼 엄마도 예민했고, 엄마도 아팠겠지


MBTI유형이야기가 나왔다

T와 F에 대한 이야기인데


T는 정말 친하면 ‘왜’부터 물으며

원인을 제거하고 해결하려고 한다


F는 괜찮냐며 걱정해주고, 공감한다는 이야기


하지만 T는 사실 일반적인 F보다 더 깊이

상대의 감정과 고통을 느끼는데

살면서 그런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에 의해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감정을 봉쇄하고, 해결책을 찾으려드는게 아닐까

왜냐면 다시는 같은 고통을 겪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20살 무렵에 친구들이 내게 그런 말을 했다


‘너는 너무 내 일을 네 일같이 여겨서 무슨 말을 못하겠다.’


고통은 나누면 반이 된다고 했는데

나는 네 고통을 가능하다면 전부 가져오고 싶었다


너무 소중해서 내가 대신 아프고 싶었는 걸

우리 아빠가 아플때도 차라리 내가 아프고 싶었는걸


소중해서 그랬었다


물론 이젠 함부로 그렇게 누굴 위해 대신 아프길 자처하지 않는다


아프고 힘든건 딱 질색이니까


그러니 다들 아프지 말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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