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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ame Mar 27. 2024

마흔-257 뻔뻔함의 필요

전직장에서 일할 때였다. 

작은 회사였으니, 열심히 쓴 제안서를 회사 경리분께서 바로 근처에 있던 제안요청사에 제출을 하고 오셨다. 


그런데 문제는 서류가 하나 빠졌다. 

대표님의 지시로 서류와 관련된 부분을 챙기기로 해주셨는데, 

서류 누락으로 탈락하자 제안요청사에서도 연락이 왔다. 


그당시에는 화가 났으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 해 본 일이니까. 

단지 그 실수에 전혀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듯한 경리분의 경악스러울 정도의 뻔뻔함이 놀라웠다. 


그때의 그 표정와 당당함이 아직도 생생할 정도이다. 


그런데, 사람은 뻔뻔함이 필요한 것 같다. 


누군가 내게 뭔가를 지적을 하면, 누군가 내게 눈만 살짝 치켜 떠도, 어쩐지 그 어린 시절의 아이처럼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던 나인데. 


그때 경리분께 나는 그 뻔뻔함을 배웠다. 

뻔뻔함은 나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다. 


뭐든 실수도, 실패도 다 지나간 일이고, 되돌릴 수 없는데 

그 모든걸 자신만의 탓으로 이고지고 가기에는 인생이 너무 길지 않던가. 


예전의 나였다면 죽을 죄를 지은 사람처럼 사죄하고, 또 계속 미안해하고, 

안절부절을 못하며 고개도 들지 못하고, 

나같이 쓸모없는 인간은 죽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을 테다.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이 내게만 오롯이 책임이 있는 것만은 아니며 

실수나 실패를 하는 사람은 배우고 있고, 발전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이야기. 


좀더 대단한 실수를 했더라면 더 크게 배웠을텐데. 

좀더 큰 실패를 했더라면 더 크게 배웠을텐데. 


너무 많은 것들에 크게 반응하지 않아도 된다구. 

반응도 선택과 집중이다. 


Gloryous Purp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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