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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ame Apr 06. 2024

마흔-247 이렇고 돌고 도는 거구나

들국화 '돌고 돌고 돌고'

들국화 선생님들의 곡을 매우 좋아한다. 


그 중에서 "돌고, 돌고, 돌고"는 그 좋아하는 곳들 중에서도 순위권에 들지 않아, 

거기 있는 곡이었다. 


일을 한지는 꽤 오래 되었지만 연차로는 12년차 정도이다. 


프리랜서 경력을 다 빼고, 봉사활동 경력과 쉬었던 날들을 빼니 

나이 마흔인데 경력이 짧은 편이다. 


친한 기술사 동생들은 다들 차장이고, 연봉이 억대에 가까운데 나는 뒤쳐진 편이다. 

뒤쳐졌다기 보다는 내가 원하는 걸 찾아 천둥벌거숭이 처럼 살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이 하기 싫다는 생각, 회사가 가기 싫다는 생각은 

전 직장에서 처음 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일을 가고 싶어하지 않는구나. 


예전엔 이해하지 못했다. 

일이 이렇게 재밌는데, 거기서 생기는 문제야 해결하면 되는건데 

상사가 하는 무심한 말들이나 그런건 사실 의미가 없는데, 

왜 사람들은 하루 8시간 이상을 보내는 회사에 가기 싫다는 생각을 할까? 뭐가 도움이 되는 걸까?



모든게 재밌었다. 새로운 일을 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어려운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것도 재밌었고,

어쩌다 내가 잘못 생각한 부분이 있다면 누군가 다른 의견을 제시해서 방향을 잡는 것도 재밌었고. 


일이 착착 진행되는 것도 재밌었다.


그런데 그 모든 인식이 바뀌어버렸다. 


일에서 성취감이나 보람을 느낄 수 없어지자 그 모든게 바뀌었다. 


역시 나는 내 뜻대로, 내 의도대로 뭔가를 만들어가 가는걸 좋아하는 사람인가보다. 


아침에 영어공부를 하고, 저녁에 운동을 하는 건 나의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그 성취감 마저 없다면 나는 지금 피폐해져있겠지.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일에서의 성취감이나 보람이 없이 


지적은 하는데 바뀌는 건 없고, 소통은 되지 않고 


예전엔 일이 재밌어서 일부러 주말에도 회사에 가고, 남아서 일을 하곤 했었다. 


이젠 시간이 되면 꽁무니를 빼기에 바쁘다. 


그렇게 5일을 견디면 주말이 온다. 

주말이 오면 그렇게 대단한 것들을 하지는 않지만 


역시나 영어공부를 하고, 운동을 하고, 누워서 하늘을 보고, 

요즘에 토요일 일요일 밤에 드라마를 보는데 


금요일에는 드라마가 하지 않아서 뭔가 진정한 외로움을 느꼈다. 


"아~ 외롭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났다. 


"돌고, 돌고, 돌고"


이렇게 살아가는 거구나. 


나는 정말 지루함을 참지 못하는 사람이구나. 

그래도 무탈하게 아무일 없이 지루할 수 있음에, 외로움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해야지. 


그렇다. 늘 롤러코스터를 타는 상태로는 몸이 버텨낼 수 없다. 

회전목마에 올라 천천히 부드러운 바람을 맞으며 반짝반짝 이는 작고 소중한 것들을 보며 살아가야지. 


충분히, 존재만으로 나는 내 몫을, 내 가치를, 다하고 있는 거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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