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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ame Apr 18. 2024

마흔-235 사과는 본인 마음 편하려고 하는 거잖아

동생이 그랬지

20대 어느 시절, 시골에 다녀온 나는 여동생에게 사과를 했다. 


"작고 어린 너를 그때 때려서 미안해."

동생은 말했다.


"사과는 자기 마음 편해지려고 하는 거래."


"어 그러네, 맞아. 그럼 사과는 받아주지 않아도 괜찮아."


사과도 용서도 본인 마음 편하려고 하는 게 맞다. 


결국 모든 감정은 자신의 문제이기에 

그걸 떠 앉고 사느냐 마느냐, 그건 오롯이 자신이 결정하는 일이다. 


물론, 영화 '밀양'과 같이 잘못을 저지르고, 스스로를 용서하는 경우 

공분을 사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어쩌면 용서할 수 없었던 건 극 중 아이를 잃은 엄마가 

끝끝내 용서하지 못한 건 살인자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과를 잘한다. 

내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사과하지 않으면 죄책감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편이다. 


계속 생각한다. 

그러나 사과를 하면 그 뒤로는 상대의 몫이다. 

'진인사대천명'


할 도리를 다 했다고 생각해 버린다. 


역시 나의 입장에서 사과는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게 맞다. 

그러나, 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냥 넘길 수도 있고, 다들 그렇게 하니까 그럴 수도 있고, 

합리화를 하자면 수도 없다. 


그렇지만, 사과를 할 때 느끼는 그 수치심은 잘못을 저지릴 때 응당 느꼈어야 하는 감정이다. 

뒤늦은 채무 청산이다. 


그러나 그 채무를 칭찬하지 않으면 빚을 지고 사는 꼴이나 다름이 없다. 

언뜻 보기에 뻔뻔하게 잘 사는 것 같지만, 

그래, 나는 나 자신을 쉽게 용서하지는 못하는 사람인 것 같다. 


어쩌면 자의식과잉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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