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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ame Apr 30. 2024

마흔-223 무의식적 거부

모녀관계

엄마는 거절을 딱 잘라 냉정하게 하는 편이다.

내가 애교있게 말을 해도

그런 나를 잘 받아주는 적이 별로 없었다.

엄마에게 더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겠다고 한 뒤로는 좀 달라지긴 하셨지만


내가 작고 어린 아이일 땐 더 심했다.

아니 내가 30대 중반 언젠가 크게 화를 내기 전까지도


나를 다시 본인의 배로 집어 넣고 싶다며 이를 악물던 모습은 30여년이나 된 기억인데도 생생하다.


그런 건 참 잘 기억한다.


존재에 대한 부정과 거부는 어린 아이에겐 생존의 위협과도 같다.


낯선 환경에서 나 역시 편도체가 활성화 되어있는 상태에서는


다시 어린 아이가 되나보다.


그래서 일반적인 가족 여행은 힘이 든다고 하는 걸까.


이게 일반적인게 맞는 걸까.


익숙한 장소에서 마음 편한 상태로 만나는게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어딜 한번 모시고 나가려고 해도

싫고 마음에 안 드는거 투성이인 엄마를


아직도 나는


나만 없었어도 잘 살았을 거라고 말했던 엄마와

헷걸리고 있나보다. 내 존재를 부정하던 그때의 엄마가 아닌데


그 어린시절의 내가 느꼈던 공포와 미움과 서러움이

아직은 여전히 마음 깊은 곳에서 진한 미움의 엑기스가 되어 흐르는 중인가보다.


아무리 그러지 말아야지 해도,

이번 이박 삼일 동안 하루 한번은 자동반사적으로 퉁명스럽게 표출해버렸다.


그럼에도 또 무서운 건

지금이 마지막이 될까봐


그게 또 무서워서 후회하고 자책한다.


어차피 다 망상이다.

지나간 것에 대한 망상으로 자동반사적으로 퉁명스럽게 대하고,

다가오지 않은 것들에 대한 망상으로 그 퉁명스러움을 자책하고.


이번 여행 덕에 씻기지 않은 부분을 찾았으니

다행이기도 하고.


나에게 뭔가를 냉정하고 퉁명스럽게 거절하던 사람이 타인이 있을때 살갑고 애교있게 말하는게 제일 싫었다.


그게 꼭 나에게 막말을 하고, 아빠 앞에선 세상 다정했던 것과 겹친달까.


나도 그 모습을 똑같이 닮아있다는게 참 피는 못 속인달까.


결함이다. 마음이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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