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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ame May 01. 2024

마흔-222 다양한 유형의 친구들

부분 부분

20대까지만 해도 나는 회색지대 같은 사람이었다. 


교집합이랄까. 


다양한 특성을 가진 친구들의 그룹에 쉽게 녹아들다보니 


서로 성향이 전혀 다른 친구들이 각각 존재하게 되었다. 


같은 학교를 나왔어도, 같이 섞기기 어려운 부류들이라 개별적으로 만나는게 힘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 


왜, 다같이 친하지 않은 걸까 하는 생각도 해봤었다. 


그런데 도저히 그들이 같이 있는 상황을 상상하기가 힘들었다. 


몇번 그런적이 있지만 솔직히 감당은 되지 않았다. 



뭐, 박쥐 같은 존재라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면서도 미움을 받지 않은건 

말을 전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서로 성향이 겹치는 부분은 같이 잘 어울리고, 맞지 않는 부분은 그러려니 하고 말아버리니까 그런 것 같다. 


100% 나와 맞는 사람은 있을 수 없지만, 

나와 10%만 잘 맞아도 나머지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비슷한 성향이나 관심사 외에는 신경을 쓰지 않으니 

질투가 심한 사람들이 아닌 이상은 친구들 입장에서도 크게 상관이 없달까.


물론 질투가 심한 사람에게 온갖 폭언을 들었던 적도 있다. 

그러나 사실은 친구가 많기 때문에 그다지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가령, "너같은 건 없어졌으면 좋겠어."라는 쪽지를 받아 본 적도 있다. 

여고생 시절이었는데, 그 당시 약간 남학생처럼 하고 다니는 친구를 좋아하던 동급생이 

내가 그 친구랑 친하게 지내자 질투로 보낸 쪽지였다. 


너희들 관계는 너희가 알아서 하셔야죠. 


지나치게 수용하다보니 별 이상한 사람들에게 호구로 당한 적도 많다. 

그것도 장기간 대학생 때는 7~8년 정도, 


내게는 그런 악의를 인식할 회로가 존재하지 않았는데,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런 악의에 대해 '이상하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고, 

그런 인식을 하자 그들 측에서 절교를 선언했는데, 

절교를 당하고 그렇게 속이 시원할 수 있다는 것.

족쇄를 벗어던진 기분을 느꼈던 그때를 잊을 수가 없다.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고 타인을 판단하는 편이 아니니

그러니까 "똥도 먹어보는 편"이니 이미 알만한 사람들은 다들 그들과 절교를 했는데도, 

나는 몰랐던 거다. 


그 뒤로, 이상한 갑을관계에 대한 인식을 하게 되었다. 


결혼을 해서 아이를 갖게 된 지인들은 

내게 너무 바쁘게 산다고, 자기 좀 만나달라고, 시간을 내어 달라고 하는데 

대체로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 중에 내게 만나자고 했을 때, 

안 된다고 한 적은 없다. 


바쁜건 그들인데, 약속을 깨도 그쪽에서 깨는 일이 많은데 말이다. 

종종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다. 


나이 많은 여자가 혼자 사는데, 

바쁘지 않은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


솔로인 내가 무조건 맞춰줘야하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다가도, 이 나라에서 애를 낳아 키우는 그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이쯤되면 인간관계는 다시 둘로 나뉘는데, 

자신의 삶을 정당화하며 자신과 비슷한 삶을 살지 못하는 나를 매도하고 싶어하는 사람과 

이런들 저런들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민낯의 삶을 이야기해주는 사람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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