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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ame May 05. 2024

마흔-218 관계가 안정되기까지

과정 

세상에 '엄마가 왜그래'라는 잣대에 떳떳할 수 있는 

우리가 꿈꾸는 그런 인자하고, 아름다운 엄마는 몇퍼센트나 될까?


게다가 한국에서 자란 첫째 딸들이 그런 엄마를 만날 가능성은?


대부분은 가족과의 관계를 끊어내지 못한다. 

가족이니까. 그래도 나를 사랑해주고, 나를 키워준 사람이니까. 


그들이 주는 상처를 받으면서, 미워하고 증오하면서도 차마 곁을 떠나지 못한다. 

이해하고, 용서하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을 수 밖에 없다. 


그런 때는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었을 수도 있고, 나이가 들면서 어느날 겪게 되기도 한다. 


사람은 어느 순간, 어느 상황에서 자신을 잃는 일이 생기게 마련이다. 


물론 꾸준히 기대 이하인 사람도 존재할테지만. 


엄마와 여행을 갈 수 있게 되기까지, 

3년 간 사실을 기반으로 솔직하게 기록하고, 그때의 감정과 근원을 찾기 위해서 일기를 써왔다. 

물론 그 이전, 아주 어린 시절으로 돌아가면서 

엄마로부터 받은 상처와 내가 엄마에게 주었던 상처, 

그리고 아빠가 돌아가시면서 느꼈던 엄마에 대한 뿌리깊은 증오와 엄마를 가증스러워하는 마음이 더해져 

1년간 관계를 끊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명상을 본격적으로 배우고, 감정을 바탕으로 한 내 자신에 대한 이해와 엄마의 입장에 대한 이해가 있었고, 내 어린 시절과 엄마의 트라우마까지 그 모든걸 마음으로 '느끼게'되면서 조금씩 매듭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것은 내 스스로 엄마의 사랑을 포기한 데에 있다. 

엄마 역시 독립적인 존재이기에 자식이라고 해서 나를 무조건 사랑해줘야할 의무는 없으며

오히려 그건 나의 기대와 집착에서 오는 괴로움이고, 엄마를 괴롭힐 뿐이라는 걸 알고부터이다. 


엄마의 사랑과 보호를 받아야만하는 약자가 아닌 내 스스로 자신을 지키고, 사랑을 줄 수 독립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타인에 대한 걱정과 기대와 염려는 모두 내 집착과 욕심에서 비롯된 마음이다. 


"우리 엄마도 처음에는 그런식으로 상처받으면 무슨 말을 하겠냐며 화내고, 짜증을 내셨었어.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려서 내가 엄마를 1년간 끊어내고, 다시 이어지면서 엄마 역시 나를 이해해야만 한다는 걸 알게 된거 같고, 그러다가 내가 진심으로 엄마에 대한 짝사랑을 끝냈다고 말했을때에야 비로소 엄마는 자신이 내게 한 모든 것들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해하기 시작하신거야. 결코 쉽지 않아. 사람은 정말 간사해서, 상대방이 자신이 무슨 행동과 말을 하든 자신의 곁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결코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 같아."


독립. 

타인의 사랑, 보호, 지도를 받아야하는 존재가 아닌 스스로 오롯이 홀로 존재할 수 있는 존재로 바로 설 때, 

사람들은 그 사람을 인정하기 시작하고, 결코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지만 

어쩌겠나, 그렇지만 홀로 두 발을 딛고 일어서 본 사람은 다른 사람을 일으켜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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