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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ame May 10. 2024

마흔-213 특정 지을 수 없는 존재

존재와 관계

경계성 인격장애관련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였다가, 나이기도 했다가, 내가 아니었다가

나의 엄마였다가


친구들에게 나는 가해자였다가 소중한 사람이었다가 잊혀진 누군가가 되고

지나간 연인들에게 나는 가해자였다가 피해자였다가 사랑이었다가 미움이었다가 남이 되고


엄마 말대로

'서로 상처 주고 받고 사는 거지.'


그렇구나.

나 역시 내가 가진 다양한 면면들에 대해 누군가가 단 몇가지로 특정 지어 말하는 것을 불쾌해했었음에도 나는 나를 특정 짓고, 타인을 특정 지어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마음 아픔'의 포인트로부터 나를 지키려고, 발버둥을 쳤구나.



확실한 건, 연인 관계에서는 그 관계를 잃을까봐 너무나도 두려워 오히려 도망을 치는 입장이었다는 것

그래서 30대 이후로는 연애를 하지 않았던 것인데, 상담을 하면서 선생님의 권유에 내가 어쩌면 좋아졌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표본 조사 결과 조금은 나아졌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타인에게 민폐를 끼칠 순 없으니, 이걸 인식한 이상 나는 멈추는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그 과정에서 나를 깨우치기 위해 '쓰여진' 그들에게 감사하기도 하고.


되어가는 중인 불완전한 나도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일까?


책을 읽으면서 문득,

경계성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을 사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았다니


사랑이라는 건 참 대단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는,

내 곁에 어린 시절부터 있어준 친구들에게 고마워서, 그리고 미안해서 눈물이 또 나네.

그렇지만 나의 롤러코스터에서 다들 내려줘.

그게 안전해.


나는 삐걱 거리거든.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는 방법이 그들로부터 나를 격리 시키는 것일 수도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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