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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ame May 28. 2024

마흔-195 그 안에 든 것

무엇을 더 넣고, 무엇을 뺄 것인가 

'그 안'은 가방 속이 될 수도 있고, 집 안이 될 수도 있고, 사람의 내면이 될 수도 있다. 


그 안에 든 것이 무엇이냐, 


잘 포장된 선물 박스일 수도 있고, 검은색 플라스틱 봉지 일 수도 있다.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사람을 만난다는 건, 

그 안에 뭐가 들어있을 지 모르는 미지의 박스 입구에 손을 넣는 모험과 같다. 


박스의 크기와 입구의 크기가 같아 속이 훤히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마술사의 그것과 같이 온갖 장치로 속을 알것 같다가도 모를 경우도 있고, 

아예 입구에 손가락 하나 넣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 안에 든 것이 무엇이오?


그래서 사람들은 겉을 꾸미기 시작한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안과 밖을 조화롭게 꾸미겠지만, 

여유가 없을 수록 겉을 화려하게 꾸며낼 수 밖에 없다. 

그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보여줄 처지가 되지 않는 경우엔 더더욱 


그렇게 자신의 겉을 꾸며낸 사람들에게는 공허함이 남는다. 속이 비었기 때문이다. 

겉을 꾸며낸 수고로움을 보상 받기 위해 그들 역시 잘 꾸며진 겉을 찾는다. 



그러다가 서로 속 빈 강정같은 소리를 주고 받고, 

그러다가 속 빈 강정을 하나 더 만들어 낸다. 



빈집에는 뱀, 벌레, 잡초, 거미줄 할 것 없이 온갖 것들이 꼬여든다. 


그저 비었기 때문이다. 


온전한 숨결과 온전한 손길이 닿지 않은 집은 허물어진다. 


그렇게 사람이 허물어지고, 가정이 허물어지고, 나라가 허물어지고, 세상이 허물어진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고?

무엇을 더 채우고, 무엇을 빼어 낼 것인고


어떻게 살아야할지 늘 고민이다. 


어쩌면 나는 죽음위해 살아간다면서도 삶을 낙관하고 있는 것 같다.


뺄 것들을 빼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기침이 떨어지지 않는다. 

녹색가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심각하게 감염됐다는 뜻이라는데 

내 안에는 왠지 그것보다 더 지독한 것들이 똬리를 틀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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