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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ame Jun 23. 2024

마흔-169 연말정산을 뱉어내지 않는 이유

기부 덕분일 줄이야.

내가 기부를 시작한 건 중학생 때부터 였다. 

어디서인지 장기기증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부모님께 허락을 받아 장기기증을 신청하면서 '생명나눔실천회'라는 곳에 그때부터 매월 오천원씩을 기부하고 있다. 


스스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이런 저런 곳에 월 10만원 이상은 기부를 늘 해왔다. 

여러곳에 분산해서 기부를 하던 것을 10년 전부터인가부터는 WWF와 나눔문화, 생명나눔실천회는 항상 유지하고 있고, 그외 몇곳이 더 있는데, 굳이 끊지 않고 있다. 


다들 나눔문화 보다 오래된 곳들이니 12년은 다 넘었을 거다. 

세네갈에 갈 때도, 내가 아파서 일을 쉴 때도, 기부금만은 잘 빠져나갈 수 있도록 조치를 해놓곤 했다. 


장기기증과 마찬가지 이유로 기부는 내가 이 삶에서 불편한 마음을 덜 수 있는 방법이었달까. 


어차피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짓이지만, 

그 덕에 내가 연말정산을 단 한번도 뱉어내지 않았다는 걸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 


연말정산 시기가 되면 다들 돈을 더 내야한다는 걱정을 하는데, 

나는 이상하게도 늘 돌려받았다. 

짧은 나의 생각으로는 다들 나만큼 기부는 하고 있다고 믿었던 것 같다. 


영어회화 모임 주제가 마침 그러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연간 120만원을 기부를 한다고 하니 다들 흥미로워했다. 


다들 그만큼 하는거 아니었어?

오히려 수익이 늘었음에도 기부금을 늘리지 않는 스스로에게 종종 그래도 되는건지 되묻곤 했는데... 


물론 이 금액만 기부하는건 아니다. 매월 봉사활동도 하고(20대에는 격주로 주말을 다 보냈다.) 세네갈도 다녀왔으며, 일을 하는것 자체도 세상에 도움이 된다는 보람을 느끼지 못하면 관두곤 했었다. 


글쎄, 이게 이타적인 것과는 다르게 나는 부모님을 통해서 교과서를 통해서, 여러 위인들을 통해서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에 그저 미약하게나마 뭐라고 하고 있는거라고 생각했다. 늘 공부를 하는 것도,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이다. 


홍익인간을 배웠으니까. 


그러다가 문득 연말정산 이야기를 하시기에 그제야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동안 연말정산에서 돈을 더 내지 않았던 이유. 


물론 그만큼 돈을 많이 쓰기도 하지만, 기부금이 꽤 컸던 것 같다. 


기독교에서는 십일조를 한다는데, 그에도 한참 미치지 않는 돈이건만 

바라지 않고 했던 일이 이런 결과를 낳고 있었다는 걸 이제야 알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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