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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name Jun 28. 2024

마흔-164 술자리의 효용성

예뻐지셨어요.

어제는 7년 전 공부를 함께 했던 멘토님께서 한번 보자고 해서 같은 반에서 합격한 기술사님들이 모인 날이다. 


언제 한번 보자 하고는 다들 연세가 있으신 남자어른분들이시기도 하고, 

그렇게 자주 보거나, 지난 7년동안 연락을 몇번이나 했을지 손에 꼽을 정도다. 


현직장으로 이직 전, 본인 회사로 오라고 하셨던 멘토님께 밥을 얻어먹으며 

"멘토님, 저 전직장에서 배운게 있는데 진짜 아는 사람하곤 일 안 할 거에요."

하고 거절을 했었다. 


"그럼 이제 뭐 상아기술사님 결혼식 아니면 내 장례식에 보는 거에요?"

하시던 멘토님께서 소집을 하시다니 뭔가 여유가 생기셨나 했다. 


이번주는 일정도 많고, 목요일은 특히 심리상담을 받고 집에서 쉬자 생각한 날이었지만 

마침 모임 장소가 인근이어서 상담이 끝나고 찾아뵈었다. 


7년만에 만난 분들은 나를 보고 낯설어하셨다. 

옛날이랑 다르네.. 


"옛날의 그 순수함이 안 보이네, 길가다 보면 못알아보겠어요. 만날 츄리닝 입고, 공부하고 그랬는데. 그때 재밌었는데..."



하셨다. 

"저 산전수전 다 겪어서 능구렁이가 다 됐습니다. 벌써 7년전이라구요." 


오랜만에 소주 1잔을 두시간동안 나눠 마시고, 

오랜만에 먹은 무거운 음식에 컨디션이 좋지 않다. 


술자리의 효용성은 뭐지. 

문득 어제 모여 즐거워하시던 기술사님들의 모습이 생각났다. 


그 시끄러운 소란통에서 다들 거나하게 걸쳐 늘어지는 혓소리로 

뭐가 신나서 좋다고, 


다 큰 남자 어른들이 어디 카페나 가서 점잖히 앉아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기도 좋지만 

그냥 술한잔 걸치고 살짝 내려놓고, 놀고싶은걸까



오후 경에 멘토님께서 톡을 하나 보내셨다. 


"와이프 말에 따르면 제가 어제 술에 너무 취해서 진상을 부렸다고 하는데, 미안해요. 다음엔 자중할게요."


별말씀을, 취하신걸 보고는 바로 집으로 도망쳤는걸요^^ 


실수하기가 싫어서 취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다음날 컨디션이 망가지는게 싫어서 취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인생을 너무 거룩하게 살면 힘들어진다는 말, 

조금 내려놓고, 어떤날은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탁 풀어져 겔겔 대면서 

나 죽겠네 해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술자리의 효용성은 그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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