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상
일상에서 독기가 빠지고,
일상에서 잠시 동떨어져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마주하다보니
매순간마다
사람을 대할때마다
느끼고 있으나 외면하고자 했던
칡뿌리의 그것만큼이나 질긴 두려움의 감정과
오롯한 존재감이 생생해졌다.
딛는 발 끝에서 전해져오는 땅의 촉감과
쉬어지는 숨에서 느껴지는 온갖 냄새와 공기의 질감과
그로하여금 느껴지는 생생한 이 삶
그리고 그림자처럼 들러붙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매순간이 절벽끝 낭떠러지를 지나는 느낌
이토록 생생하게 느껴지는 존재감이 환상이라는 역설
영원할 것만 같은 이 순간이 매순간 끝나고 있다는 진실
지속성을 확신할 수 있는 이 찰나들이
삶의 지속을 증명한다.
그러니 삶은 아이러니라니
줄기차게 따라붙는 이 망상
이게 끝일수도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한소꿈의 애석함을
또 이내 흐뜨리기 위해 집어 올리는 육체의 감각
괜찮아, 아직 우리는 살아있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아. 괜찮아. 안심해도 된단다.
긴장을 풀고 깊이 숨을 쉬어보면
역시 나는 아직 살아있구나.
거울에 비친 어떤 존재를
나로 다시 인식하고, 이어지는 찰나에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