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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식성 염소 Jul 11. 2024

구씨 아저씨의 '행복한 삶'에 관하여

나혼자산다 '구성환 배우님' 편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관찰예능에 지루함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아직까지 잘 보는 편이다. 그 중 최애 예능프로그램은 바로 '나 혼자 산다' 내가 혼자 살고 있어서기도 하고 다른 관찰예능과는 달리 홍보성 출연이 거의 없이 순수하게 혼자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회차가 많은게 나에게는 매력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금요일 저녁에는 보통 술을 마시니까 본방 사수는 못하고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OTT를 통해 보곤 하는데 요즘 나의 시선을 사로잡아 몇 번씩 라디오처럼 돌려보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출연진이 나왔다.


구성환 배우님

출처 : 빅보스엔터테인먼트 / 구성환 배우 프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서 인상깊게 보기도 했고 이주승 배우님과 자주 나와서 익순한 분이었는데 단독 출연하시고 매력 포텐이 터지셨다. 진짜 깔깔거리면서 보느라 복근이 아팠는데 사실 웃긴 것보다 많이 부러웠다. 깔끔한 집과 좋은 성격, 귀여운 반려견과 행복해보이는 미소는 방송을 보는 나에게까지도 따수운 감정을 전달해주었다. 부지런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나가는, 특별할 것 없지만 그래서 더 특별한 일상은 하루하루 조급하게 살아갔던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저는 제가 가장 이상적이에요'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싶어요'

출처 : 나 혼자 산다 '구성환' 편


처음 든 생각은 '난 저렇게 하루를 보내면 밤에 불안한데..부럽다.' 였다. 한국인 특징인건지 내 성격이 그러한건지 돌이켜보면 나는 매일이 조급했다. 무언가 배워야했고 항상 새로워야했으며 매사 완벽해야했다. 성장하지 않는 스스로는 나태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모습에 만족했으며 행복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정말 편한 사람 이외에는 인스타그램처럼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하는 강박을 깨닫고, 뭔가 잘못된건 아닐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의 조급함은 정말 행복이었을까 반문하던 차에 이 방송을 보게 된 것이다. 내가 진짜 행복하다고 느끼는 삶은 어떤 모습이지? 일도 일상도 능력도 외적인 요소도 완벽하면 나는 행복한게 맞나?


여기에 더해 나의 강박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던 '회사'라는 영역에 대한 생각이 크게 바뀌는 사건까지 일어나 버렸다. 그 이름도 유명한 '희망퇴직'. 이 일을 겪기 전에는 사실 회사가 인생의 절반이었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대화에 많은 부분을 회사가 차지했고 회사에서 맡은 내 업무와 결과가 나라는 사람을 정의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회사는 나의 미래를 책임져주지 않았다. 언제든 망할 수 있고 언제든 헤어질 수 있는 존재, 그냥 인생의 어느 부분을 잠깐 차지했던 전남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회사라는 껍데기를 벗어 던졌을 때의 나 자신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얼마나 능력있는 사람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깨우쳤다.

출처 : 네이버 블로그 '꾸꾸리피카쥬'님 



결국 회사도, 외적인 요소도, 남들에게 보여지기 좋은 자랑거리도 나의 행복이 아니라면 나는 뭘 하고 살아야할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돈 많아서 하고싶은 일만 하고 살면 얼마나 행복할까, 농담 아닌 농담을 던져보지만 다른 사람이 정답을 줄 수 없는 문제였기에 고민은 깊어져갔다.


그런 나에게 구성환 배우님의 나혼자산다는 큰 울림이 되었다. 운동하며 건강 챙기고 맛있는거 먹고 고민이 없는 삶이니 나는 행복하고 이상적인 사람이라고 말하는 그를 보며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말이 생각났다. 너무 오랫동안 들어왔지만 매번 그냥 넘겨버렸던 따분한 말을 진짜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 있구나 신기하고 부러웠다. 생각해보면 나는 또 행복을 위해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려고 했다. 지금의 삶이 크게 행복하지 않을 것도 없는데 왜 나는 새로운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을까. 어쩌면 이것도 새로워야한다는 강박의 새로운 형태 아니었을까.

출처 : 스누피


이러한 깨달음에 더불어 최근 별거 아닌 일로 병원에 갔다가 예상치 못한 추가 검사를 받게 되었다. 그냥 단순한 검사일 것이라고, 나쁜 결과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파워 N은 상상의 나래를 저 끝까지 펼쳐 불안함을 증폭시키고 있었다. 그러고 나니 새삼 나의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지루한 일상의 행복이 더 크게 다가왔다.


아무일도 없길 그래서 어쩌면 과거의 내 노력으로 쌓아왔을 지금의 특별하지 않은 행복이 지속되길 바라고 있다. 구씨 아저씨가 전해준 행복한 삶의 가치를 많은 사람들이 느꼈으면 좋겠다. 오늘의 나의 행복에 감사하고 그를 기반으로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안좋은 뉴스 헤드라인을 조금 덜 볼 수 있지 않을지 기대해보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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