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새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사람. 다음 주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하겠다고 입만 터는 사람. 내일부터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글을 쓰겠다는 사람. 이 사람은 이렇게 평생 다짐에 다짐을, 다음을 기약하며 살아왔다. 그래, 바로 나다.
역시나 난 새해가 되었다고 새 사람이 되지도 않았고, 오늘부터 늘 먹던 떡볶이나 라면, 맥주를 갑자기 안 먹기 시작하지도 않았고, 내일부터 일찍 일어나겠다고 다짐했지만 여전히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렸다. 그렇게 비장한 다짐들은 늘 실패로 돌아갔고 나는 그런 나를 단전에서부터 경멸했다.
그러면 누군가는 “그렇게 싫으면 해버리면 되잖아?”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쉬운 해결책은 아니다. 나도 너무나 해버리고 싶지만 그게 참 안되니까 십 수년을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 나날들이 계속되자 나는 나를 위로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러다 너덜너덜한 내 노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자주 노트를 사서 이쁘고 정갈하게 꾸며 나가는 것을 좋아했다. 노트를 이어가고 싶었지만 글씨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주제에 벗어난 내용을 적었거나 하면 나는 가차 없이 그 부분을 뜯어버렸다. 그러고 나면 그 노트는 새 것이 되어 새롭게 쓰여졌다. 어딘가 잘못된 페이지가 쳐다보기도 싫어 열어 보지도 않는 노트가 되어버리는 것보다 나았다.
그런 식으로 다짐들에 노트와 같은 적용해보기로 한 것이다. 작심삼일밖에 되지 않는 인간이라면 작심삼일 다음날 다시 작심삼일을 하면 그만이지 않겠나 싶은 것이었다. 목표로 한 다이어트가 3일째 실패했어도, 4일째 다시 1일차를 만들어 시도하는 방식이다. 어느정도 효과는 있었지만 이 방법에도 고충이 생겼다. “다시!”를 외치려면 새해에 하는 웅장한 다짐만큼 매번 큰 결심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3일마다 비장해지는 것은 나에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실패를 실패라고 부르지 않을 방법이 필요했다. 그것은 하지 못한 날보다 해낸 날에 주목하는 것이었다. 만약 3일은 아침에 일어나 글쓰기를 했는데 2일째 실패했다고 한다면, 3일동안 일어나 글쓰기를 한 나 자신은 칭찬하고, 2일을 실패한 나는 흐린 눈으로 외면한다. 그리고 그럼에도 다시 글을 쓰는 나를 어화둥둥 안아준다. ‘잠깐 쉰 거지 실패한 게 아니야’ ‘오늘은 못했지만 그제는 했고, 내일은 할 거거든? 그럼 된 거라고.’를 스스로 되뇌며 내 마음대로 ‘리셋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리셋의 뜻은 재설정이다. 컴퓨터의 재설정이란 오류를 없애고 시스템을 일반 혹은 초기 상태로 돌리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일상에서의 리셋이란 모든 것을 초기화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나를 인정하고, 이 목표를 정한 이유를 상기시키며 자주 점검하고 다시 정리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있다.
이제 나는 다짐 후에 해내지 못한 날이 이어져도 새 사람이 되지 못하거나 다이어트에 실패해도, 스스로를 미워하거나 좌절하면서 ‘나는 안될 놈이야’ 하고 모든 것을 때려 치지 않는다. 하기로 한 것들의 의미가 내게 얼마나 중요한 지 자주 떠올리며, 내 마음대로 리셋버튼을 누르고, 하고 다시 또 하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