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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지연 ㅣ 어썸 틴쳐 Nov 25. 2024

띠엔동 타고 시작된 중국어 여정

내가 다시 대학교에 올 줄 몰랐다.


중국어, 준비 안 하고 가도 괜찮을까?


짝꿍의 갑작스러운 중국행이 결정되었습니다. 짝꿍은 2주 안에 떠나야 했고, 저는 두 달간 아이들과 한국에서 지내다가 방학이 되면 중국으로 이주하기로 했죠.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된 건 다름 아닌 중국어였습니다0.


학원을 다닐까도 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웠고, 짝꿍은 "현지에서 배우는 게 더 효율적일 거야"라는 조언을 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출국을 앞둔 어느 날, 아이들 학습서를 사러 강남 교보문고에 갔다가 중국어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서가에 꽂힌 책도, 평대에 놓인 책도 많았지만, 어떤 책이 내게 맞는지 전혀 알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첫 방문엔 포기하고 돌아섰지만, 얼마 후 불안감에 다시 서점을 찾아 결국 여행 중국어 책 한 권을 집어 들었습니다. 문제는… 한 글자도 읽을 수 없었다는 것. 성조를 모르면 한국어 발음이 있어도 무용지물이더군요. 오히려 유치원 때 중국어를 스쳐간 아이들은 제가 사가지고간 여행 중국어 책을 보면서, 희미한 기억을 떠올리며 책을 더 흥미롭게 들춰봤습니다.


그렇게 "니하오" 하나만을 머리에 담은 채 상하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시간은 배신하지 않는다.


중국에 오기 전, 삼둥맘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중국 거주 동갑내기 친구가 있었습니다. 마침 그녀와 중국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친구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애들 학교 보내고 무조건 중국어 공부해! 가능하면 대학교  어학당으로."


그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개인 과외가 맞춤형으로 더 좋을 것 같지만, 언어는 결국 시간 투자만큼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라는 거였죠. 과외는 매일 한다고 해도 주 5회 1시간씩이 한계지만, 어학당은 매일 일정 시간 투입되니 효과가 훨씬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어학당 등록 알아보기, 그런데 왕복 3시간?


친구의 조언에 짝꿍에게 어학당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했고, 쑤저우 대학교 어학당을 추천받았습니다. 문제는 집에서 왕복 3시간 거리라는 것. 녀석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가려면 첫 수업 30분은 무조건 지각. 월요일이나 공휴일 뒤엔 트래픽 때문에 한 시간 가까이 늦는 날도 생길 거라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띠엔동(电动, Diàndòng), 중국에서 첫 오토바이 탑승


드디어 등록일. 혼자 가보려 했지만, 짝꿍 회사 직원이 도움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이 직원분은 대중교통 시뮬레이션까지 감안해 저희 집 근처로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띠엔동(电动, Diàndòng을 타고 오셨더군요. 제가 대중교통은 탈 수 있다고 말씀드리자,


"집에서 학교까지 시간 절약하려면 제 차를 타고 가시죠."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직원의 집까지 이동 수단.


"띠엔동 타실 수 있으시겠어요?"

띠엔동은 다름 아닌 전기 오토바이. 저는 겁이 많은 편이라 호기롭게 타보겠다고 했지만, 15~20분간의 여정은 그야말로 스릴 만점이었습니다. 중국에서 띠엔동 탈 일은 없을 거라 믿었는데, 얼떨결에 탑승하게 되었죠.

그렇게 도착한 직원의 집에서 차를 타고 쑤저우 대학교로 향했습니다.




푸르른 캠퍼스에서 시작된 두근거림


캠퍼스에 발을 딛는 순간,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습니다. 건물의 형태는 한국과 조금 달랐지만, 푸르른 풍경이 펼쳐진 대학 캠퍼스는 낯선 설렘을 안겨줬습니다. 


"드디어 나도 중국어를 배울 수 있겠구나."


이제부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순간이겠죠. 띠엔동을 타며 느낀 스릴과 캠퍼스에서 느낀 설렘이 중국어 여정을 향한 첫걸음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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