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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컸네...

정말 오랫만에 기차에 앉았다.


간밤은 새벽 기차를 타야 해서 그런지 긴장이 됐다. 30분-1시간 간격으로 수도 없이 깼던 건 비밀이다.


3시50분. 알람과 함께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5시20분, 녀석들을 깨웠다. 출발까지 10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게 함정. 이런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녀석들을 깨운 적이 없었는데, 너무 늦게 깨웠나? 아차 싶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매정하게 불을 켰다.

사실 이건 평소의 내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나는 아침에 아이들을 깨우는 데 힘을 쓰지 않는다. 대신 일찍 재우는 데 모든 힘을 쏟는 편이다. 밤에 해야 할 일만 잘 해내면 아침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니까. 그래서인지 녀석들은 아침이면 저절로 일어나 엄마가 있는 공간으로 찾아온다. 집이든, 할아버지 집이든, 여행지든 상관없이 말이다.


환하게 불을 켜놓고 부엌으로 도망쳤다. 마지막 짐을 챙기고 있는데 엄마를 찾는 소리가 들렸다. 아, 드디어 시작인가? 마음속으로 '졸려~', '안 갈래~', '추워~' 같은 반응을 예상하며 녀석들 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줄줄이 사탕처럼 씩씩하게 나오는 녀석들. 더군다나 "자오샹 하오~"라며 중국어로 아침 인사까지! 와, 시작이 좋다. 연일 계속되는 강추위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역시나 추웠다.


6명이나 되는 인원이라 택시 2대 대신 지하철을 타고 수서역으로 향했다. 첫차에서 내린 사람들과 마주치니 새삼 옛 기억이 떠올랐다. 이 강추위에도 치열하게 삶의 터전으로 향하고 있었다. 처음엔 낯설게 다가왔던 첫차의 풍경이 이내 익숙해졌다. 우리는 3호선 두 번째 열차에 올랐는데, 이 시간에 아이들이 지하철을 타는 게 신기했는지 어르신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9개 역을 지나는 동안 여기저기서 관심을 받으며 드디어 수서역 도착! SRT는 처음이었는데, 서울역이나 용산역의 KTX보다 훨씬 가깝고 편리했다. 외부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게 특히 좋았다.


급하게 예매를 한 탓에 6인석이 띄엄띄엄. 각자 자리에 앉자마자 배고프다던 녀석들 입에 삶은 계란을 넣어줬다. 새벽 6시35분 쯤 기차 탑승. 원래는 이렇게 일찍 패드를 꺼내줄 생각이 아니었지만... 흩어진 자리 덕분에 출발과 동시에 패드를 꺼내줬다. 녀석들은 유튜브 세계로 빠져들었고, 덕분에 나도 여유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모두가 해피하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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